[Preview] 후천성 샛길 증후군 환자를 꿈꾸며 -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글 입력 2017.04.2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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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샛길 증후군 환자를 꿈꾸며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나무발전소-빠이표지-평면.jpg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벌레를 정말 무서워했다. 벌레를 안무서워허는 사람이 어딨냐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유.난.히 무서워했다. 벌레를 무서워해서 갖게 된 특별한 능력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누구보다 빠르게 벌레의 위치를 파악한다. 남들은 모르고 지나칠법하게 보호색을 띄고 있어도 나는 단번에 알아차린다. 이게 참 괴로운 능력이다.

벌레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자연 가득한 시골을 눈으로만 감상하곤 했다. 특히나, 열대지방인 동남아시아에 여행가게 되면 벌레를 어떻게 피하다니는가만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정말 유별나다, 내숭떤다 등등 별별 소리를 다한다. 근데 난 정말 벌레를 보면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이 답답한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벌레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는 일이다. 물론 매순간 일상에서도 노력하지만 잘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는 벌레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시골 환경으로 나를 밀어넣어 보려고 한다.

이런 생각이 최근에는 더 많이 든다. 편리하고 익숙한 도시 생활이 질렸다거나 답답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몰랐던 지역, 외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지역에 가서 보물같은 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다. 전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전혀 새로운 생활 양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변화시키고 싶다. (이런게 도시 생활에 질린건가...?) 하지만 당장 떠날 수가 없다. 물론 앞으로도 떠날 수 없는 상황들이겠지만 어쨌든 이런 나를 위한 간접 경험으로 딱 맞는 책이 나왔다. 바로 '빠이 -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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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는 태국 북부 관광도시 치앙마이에서 140Km 떨어진 곳으로 버스로 4시간, 762개 고개를 넘어가야 닿을 수 있는 산골마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정선이나 경상북도 봉화쯤에 위치한 오지. 히피의 이상향과 같은 이 마을은 세계 배낭 여행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통해 차츰 알려지면서 여행자들에게는 ‘영혼의 쉼터’로, 태국인들에게는 자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배낭여행자들에게 '빠이'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접근성이 어려운 점을 보고 터널과 고속도로를 뚫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나, 지역 주민들과 태국 국왕의 도움으로 '빠이'에는 그런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을 보존하고자 하는 따뜻한 지역 주민들 덕분에 '빠이'는 여전히 자연과 조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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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책을 통해서 각자 다른 이유로 빠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빠이'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말 내가 꿈꾸던 산골마을이다. 이런 깊숙한 산골마을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매료되었는지 책을 읽어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자연 가득한 마을에 예술가와 관광객, 현지인이 어우러져서 그들이 하나의 '빠이'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산골마을인데, 그 어느 곳보다 융합적인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태국의 '빠이'이다.



노동효

바람 많은 날, 숲이 푸른 혀로
눈알(目)을 핥을 때면 떠나고 싶어 견딜 수 없어
길을 떠나 세상의 샛길(byroad)을 즐기는, 길 위의 탐미주의자.
15세가 되던 해 크리스마스에 가출을 결행, 후천성 샛길 증후군에 감염.
영국으로 건너가 댐즈 강에서 유람선 선원으로 지내며 한 시절을 보냄.
유럽 체류 후 기차, 버스, 배를 갈아타며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

잠시 직장생활을 했지만 후천성 샛길 증후군이 재발,
다시 길 위에 나섰다가 로드 페로몬(Road Pheromone)에 중독.
2010년부터 2년간 인도차이나 반도의 각 나라와 도시를 흘러다니며
‘장기 체류 후 이동 Long stay & Run’하는 기술을 연마한 후 귀국.

한국과 다른 대륙을 2년 주기로 오가며 '장기 체류 후 이동'하는
여행기술을 평생 수련할 작정, '이 사내는 결혼해도-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는-남편 같지 않은 남편이 되리라'던
점괘가 나온 방랑자를 남편으로 맞이한 여인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긴 신혼여행을 꿈꾸며….

<길 위의 칸타빌레>,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길 위에서 책을 만나다>,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를 세상에 내놓았다.



작가님에 대한 소개가 너무나 인상적이고 재밌었다. '후천성 샛길 증후군'과 '로드 페로몬' 중독은 아마 가장 달콤하고 자유로운 환자를 만들 것 같다. 나도 언젠가 벌레 공포증을 극복하고 후천성 샛길 증후군의 환자로 자유롭게 떠돌 나날들을 기대하면 책장을 펼쳐본다.


※도서 정보※
노동효 지음 | 펴낸곳 나무발전소
발행일 2015년 1월 25일 | 분야 여행에세이| 336페이지|판형 | 국판
정가 13,800원 | ISBN 바코드 979-11-951640-8-0 13980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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