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記

#10
글 입력 2017.04.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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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


 당연하지. 이 말의 반은 믿을만하고 반은 믿지 못할 말이다. 당연하다 생각한 것이 어느 날 아니기도 하고, 아니라고 생각한 게 당연한 듯이 있을 때도 있다. 후자인 경우가 많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전자의 경우가 더 많다.
나만 당연하게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날 등을 돌리기도 하고, 당연히 내일도 오늘과 같겠지 싶다가 아닌 날도 많다.

 관계나 상황은 어항 속의 작은 금붕어 같다. 어항을 항상 잘 관리하고 먹이도 적당히 때에 맞춰주면 붕어는 하늘하늘 지느러미를 흔들며 오래 살아남는다. 반대로 어항을 방치하면 물이끼가 잠식하고 숨이 막힌 붕어는 얼마 후 배를 내보이고 빛이 죽은 비늘을 두르고 물 위로 떠오른다. 당연히 알아서 잘 크겠지 하고 방치하면 흔하게 마주하는 결과다. 대입할 수 있는 상황이 참 많다. 아이를 낳아두고 알아서 잘 크겠지 방치하면 아이는 방황하게 되는 것처럼. 혹은 나를 짝사랑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면서도 애태우고 당연히 계속해서 날 좋아하겠지 여기다 지쳐 등을 돌리는 일처럼.

 당연한 것은 거의 없다. 어제의 것이 내일 막연히 유지될 거라는 당연함을 핑계로 안일해지면 모든 것은 그 자리에서 조금씩 이탈한다. 그러니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방심하고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사람은 알면서도 실수를 곧잘 하는 편이라 수많은 실수를 반복한다. 실수가 잦아지면 그 사이에서 빼꼼 깨달음이 고개를 내밀고 인지하면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이 아닐까. 소중한 것, 소중한 시간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당연한 상태에 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이끼가 내려앉지 않게 어항을 때맞춰 닦아주고 뻐끔거리며 배고픔을 표현하는 붕어에게 적당량의 모이를 물 위로 내려주자. 그럼 당연함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들이 오래도록 곁에 머물 것이다.

 방치 속의 당연함은 없다. 당연함을 믿고 방치해선 안 된다.


[白(HAYANG)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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