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위대한 낙서 : 셰퍼드 페어리 展 - 평화와 정의

현상학, 예술의 정치화에 기반을 둔 그의 철학을 엿보다.
글 입력 2017.04.1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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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 2017.04.30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위대한 낙서 Shepard Fairey 전 - PEACE & JUSTICE"





얼마 전에 셰퍼드 페어리 전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지적인 활동을 자극시키는
전시를 찾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

지속적으로 뇌를 자극하고,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시였다.
현대 미술의 Conceptual Art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전시.

전체적으로 기획의 완성도도 높았고,
작품들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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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띄던 부분은
영상들을 곳곳에 잘 활용한 점이었다. 

이 전시의 메인 포인트는 포스터들이고, 
작가의 예술관을 관통하는 현상학적 맥락에서 해석할 때,
그 포스터를 보면서 관객이 느끼는
온갖 연상들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즉,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는 맥락과 그 맥락 속에서
관람객이 작품에 부여하는 이미지나 의견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주요한 요소인 셈인데,
이런 경우에는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전시에 있어서 각 작품별 과도한 상세설명은
불필요한 요소가 되기 십상이라 자제하는 편이 좋다.
그러면 포스터라는 특성상 전시 자체가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데
각 섹션 별 도입부에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줄
영상을 제시하는 건 적절한 해결책이었다.

사람들의 호기심도 적당히 끌어모으고,
전시와 각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나는 도입부에 있던 영상과
마지막 부분에 있던 영상이 무척 좋았다.
먼저 도입부에 있던 영상은 그냥 웹 드라마라 해도 될 정도로
흥미롭게 OBEY PROJECT의 시작을 알렸고,

엔딩부의 영상은 전시의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만들어줬다.
사실 전체적으로 고퀄리티였던 전시가
퇴장부에서는 약간 김이 빠지는 느낌이 있어서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전시장에서 나오자마자
그 아쉬움을 채워주는 요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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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부의 영상은
셰퍼드 페어리가 나오는 심슨의 에피소드였다.
이게 뭐지? 하면서 한참을 앉아서 봤는데,
바트가 아빠에게 앙심을 품고
그래피티로 아빠를 희화화해서 그리는 스토리였는데,
재미있게 전시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작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이번 전시에서는 꽤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많아서 셔터를 의외로 많이 눌렀다.
일단 실크스크린 기법을 직접 눈으로 보니,
턱 하고 한 숨이 나왔다.

겹겹으로 종이를 필요한 부분에
쌓아올려서 작업하는 방식이라,
섬세한 연출을 하려면 꽤나
고생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익살스러운 패러디와
절제된 요소들로 사회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많아서 전시를 감상하면서
풍부하게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몇 가지 끌렸던 작품들을 언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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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카피가 눈길을 끌었다.
The Medium is the Message.

이 말은 '미디어가 메세지다'라는
매체 철학자 마셜 맥루언이 했던 유명한 말 중에 하나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에만 집중하던 매체 철학사에서 
 맥루언은 메세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고,
 어떤 미디어에 의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수용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수용된다고 주장했다.

즉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의 형태가
메세지 수용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쉬운 예로 영화화된 소설을 볼 때,
같은 내용이라도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게 나타난다.

보자마자 이 카피는 정말
셰퍼드 페어리와 잘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역시 굳이 말로 해도 되는 메세지를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객들에게 전달하지 않나.
사실 시각적 요소보다는 저 문구가 끌렸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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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정말 강렬해서 멀리서도 계속 쳐다보았던 작품.

길 거리에서 이 작품을 만난다면
아마 움찔하고도 남았을 것 같다.
너무 눈빛이 강렬해서 되돌아가
가만히 감상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전시를 둘러보다 문득 느낀 것이지만
연속적으로 희잡을 두른 이슬람계 여성들을
모델로 작업을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이
계속 이슬람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반전을 주장하는 작가는 일부러 이슬람계 여성들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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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경찰이 굉장히 익살스럽게 그려져있는데 
위의 문구도, 너의 엉덩이를 떼려버릴테다! 이다. 
공권력이 굉장히 엄격하고,
폭력 처벌이 강한 미국의 경찰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탑승객을 억지로 끌어낼 때도 경찰이 협조했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총격도 꽤나 문제가 되는 사안이고,
비윤리적인 경찰에 대한 조롱이 아닌가 싶다.





전시 자체는 정말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아무래도 거리에서 사람들과 만나야하는 작품들을
 미술관안에서 보는 맥락이 조금 아쉬웠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들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성인데 미술관 전시는
현장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정리되고 정제된 분위기는 약간 아쉬웠다. 

특히  영상 속에서
미국 거리에 붙어있는 작품들을 보았을 때,
진짜는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미술관 자체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조금 아쉬운 건 어찌할 수 없었다.


정리하자면, 전시의 기획수준과 작품들 모두가 좋았다. 
충분히 가 볼만한 가치가 있었던 전시였다. 
무엇보다 셰퍼드 페어리란 아티스트에 대해서
두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현상학과 예술의 정치화. 

작가의 대표적 캠페인인 OBEY GIANT는
사물의 의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늘 사람의 정신적 생각과 맞닿아 존재한다고
정의하는 학문인 현상학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했듯 작품 자체와
더불어 이를 마주하는 감상자가 만들어내는
연상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의미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학적 예술관은
예술의 정치화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벤자민에 의해 발현된 이 개념은 쉽게 말해
예술이 정치적인 메세지를 담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셰퍼드 페어리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전, 평화, 환경보호 등
 인문학적인 가치를 부르짖으며
관객들과 작품을 통해 교감한다.

이 교류는 위에서
언급된 현상학적 맥락에서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그의 예술관을 이루는 두 축은
현상학과 예술의 정치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작가가 어떤 메세지를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던질 지 기대가 된다.



최고의 예술은,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Shepard Fairey (Obey Giant)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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