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첫 사랑의 씁쓸한 단면, '카페6'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4.1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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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여행을 앞둔 나는 한창 대만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영화를 통해서나마 대만의 정취를 미리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만 영화 중, 대표적인 영화들인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등의 영화들은 아름다운 스토리와 영상미에 빠져들게 했고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 속에 묻어둔 어린 나의 감성들을 일깨워 주곤 했다.
 

 그렇게 대만 영화들을 계속 찾아보다가 유명한 영화들에 비해 다소 알려지지 않은 대만 영화 <카페6>를 보게 되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카페6> 또한 두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두 영화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설레고, 아련한 느낌과 감정이 들었다면, 영화<카페6>는 철저히 현실적인 사랑을 보여주었고,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될 만한, 그저 순수하고 예쁜 사랑의 감정들 보다는 씁쓸하고 서툰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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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만영화 특유의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려지는 청춘 영화를 참 좋아한다. 이 영화의 초반에도 소년과 소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는 과정이 그려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의 벅차오름의 감정을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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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소년과 소녀는 고등학생이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소녀는 소년에게 각자 다른 대학에 가면 흩어지게 되어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 말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며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는 소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연락하면 되니까. 거리는 멀어져도 서로 계속 연락을 이어가면 멀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어쩌면 믿고 싶었다는 것이 더 맞다. 그들의 시작부터 불안하고 확실하지 않은 장거리 연애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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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연애는 서로 만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대학생 커플에게는 특히 더하다.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긴 시간이 걸리는 버스를 타야만 서로 잠깐 얼굴이라도 맞대며 이야기 할 수 있다. 소년은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항상 그녀에게 달려가곤 했다. 지금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으니까. 하지만 소녀는 그와의 현재 보다는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계속 발생했다. 서로 자주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하게 되고, 그녀의 곁에 있어도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격이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그저 둘 사이에는 거리라는 장벽만 있을 뿐이지만, 그 벽이 생각보다 높은 벽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초반 분위기와 달리 생각보다 암울하다. 처음에는 달달한 카페라떼를 마신 기분이라면 마지막엔 쌉싸름한 아메리카노를 마신 기분과 같다. 청춘의 사랑은 찬란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이 분명 존재한다. 그들의 사랑도 그러하다.

  장거리 연애의 고충, 두 남녀의 동상이몽, 친구와의 돈독한 우정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청춘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카페6>이다.


[심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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