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셰퍼드 페어리 전, 정의와 평화의 꽃

글 입력 2017.04.1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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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라 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반항, 저항, 일탈, 위반 등 일상에서는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그런 것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피티는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말하자면 신기하기는 하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던 분야 같은 것이다.

우연한 기회로 친구와 12월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된 ‘위대한 낙서전’을 관람했었는데, 그래피티라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 그래피티가 단순히 젊은이들의 반항 같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 이후 그래피티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조금 더 넓어지고,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그 이후 관람하게 된 ‘셰퍼드 페어리 전’은 그래피티 아트, 스트릿 아트에 대한 나의 시각을 한 단계 더 높여 준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덜 두렵게 느끼게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그런 예술을 지향하는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들은 그 어느 예술보다도 진지하고, 통찰력 있었다. 무엇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려가, 그의 예술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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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밖의 ‘예술’


셰퍼드 페어리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예술이 어떤 공간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동등하고 평등하게 제공되는 것’을 꿈꾸었던 것이다. 전시를 관람하러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영상의 짧은 대사였는데, 내게는 그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가 문화예술에 대해서 기대하는 바, 내가 지향하는 바와 너무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항상 문화예술이 중요한 날에 관람하는 특정 사람들의 것들이 아니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그 자체로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라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셰퍼드 페어리의 가치관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이후에 보게 된 그의 작품들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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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 날카로움 속 담겨 있는 깊은 생각들이, 한 장의 그림에 오롯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복잡한 말로 전해 듣는 것보다, 이 그림을 한 번 보는 것이 우리의 문제를 이해하기 쉬운 방법인 것이다. 가령, 우리의 신을 돈으로 표현해서, 우리 시대의 물질만능주의를 지속적으로 비판한 작품들이 종종 보였다. 또한 우리가 사람의 목숨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석유로 인한 전쟁, 그리고 그 전쟁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부족한지 집어내는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그는 환경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흥미롭게 보았던 점은 그가 두 가지의 상반되는 느낌을 가진 이미지들을 하나의 그림에 배치하여, 우리의 환경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평화롭게 바다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 뒤에 계속해서 진행되는 건설 사업, 그리고 일몰을 관람하는 연인의 모습과 엄청난 공장들에게서 나오는 매연 등이 아이러니하게, 그러나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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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꽃’


이번 전시는, 전시내용의 각 부분에 대한 소개글 이외에 특별한 작품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작품 내적인 요소들을 더 파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작품 소개가 되어 있었다면 그냥 보고 지나칠 법한 것들을,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세퍼드 페어리의 작품 중 상당히 많은 주제에 걸쳐, 빨간 꽃의 이미지가 기억에 남는다. 빨간 꽃을 머리에 꽃고 있는 여인, 방독면을 쓰고 빨간 꽃을 검사하는 사람, 빨간 꽃과 펜을 들고 있는 여인, 군복을 입고 빨간 꽃을 든 여인 등의 이미지이다. 각각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주제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의미는 빨간 꽃의 이미지에 의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내야 할 우리의 평화, 우리의 정의. 전쟁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에게도, 외부적인 위협이 존재하더라도 빨간 꽃으로 상징되는 평화는 절대로 짓밟히거나 눌러져 있지 않다. 언제나 빨갛게, 그 색을 유지하며 빛나는 것이었다.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은 나에게 절대로 굽혀서는 안 될 가치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것들이었다. 마치 그의 빨간 꽃들처럼 말이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들을 지켜 내는 일들. 그가 그의 예술을 통해 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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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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