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셰퍼드 페어리, 세상을 향해 외치다

세상을 향한 강력하고 간절한 외침, '위대한 낙서 - 셰퍼드 페어리' 전 리뷰
글 입력 2017.04.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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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하고 솔직하면서도 아름답다. 셰퍼드 페어리는 한때 예술로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길거리 낙서, 그래피티에 자신의 메세지를 담아 대중을 향해 힘껏 던진다. 모든 아티스트는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메세지를 담지만 현대미술의 추상화,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성은 해석의 어려움, 접근의 어려움으로 일반 관객과 점점 멀어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셰퍼드 페어리는 대중에게 비교적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그래피티를 통해 자신의 뜻을 표출하고 예술적 기법을 실험하며 세계를 향해 목소리를 낸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전 : 평화와 정의>에서 생생하고 뚜렷한 셰퍼드 페어리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었다.

 셰퍼드 페어리 전은 총 다섯 섹션으로 이루어져있다.



Section A: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 / OBEY GIANT CAMPAIGN
Section B: 평화와 정의 / PEACE AND JUSTICE
Section C: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 ARTIST COLLABORATIVE
Section D: 예술가의 의무 / RESPONSIBILITY OF ARTIST
Section E: 지구의 위기 / EARTH CRISIS



 첫 섹션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에서는 하이데거의 현상학(대상을 논리 구성주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의 본질을 진실로 파악하려는 것)을 바탕으로 잠재적 유인요소가 있는 이미지들과 그렇지 않은 이미지를 연관시켜 그 사이에서 오는 갭(gap)으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셰퍼드 페어리의 젊은 시절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준비되어 있었다.

두 번째는 평화와 정의 섹션으로 스크린 프린팅, 스텐실, 콜라쥬 등 다양한 방식의 작업물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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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이 섹션에서 많은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워싱턴을 배경으로 정의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천칭에 돈의 무게가 사람의 죽음 무게보다 더 무겁게 그려져 있고, 'justice is no longer blind'라는 문장이 한국 사회와도 연관되어 기분이 씁쓸했다. 정의는 더 이상 눈을 감은 채 동등한 저울에서 평가하지 않고 유리한 사람을 가려내어 평가한다는 비판이었다. 또한 주유소의 석유 주입기 위에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가 앉아있고 돈과 해골이 그려져 있는 작품, 수류탄을 누르면 페인트가 나오듯 'POWER'를 뿜어내며 전쟁으로만 증명할 수 있는 힘에 대한 의문과 비판도 만날 수 있었다.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지금까지 아는 배우나 뮤지션의 얼굴들이 나와 반가웠다. 음악을 시각화하고 다시 음악으로 돌려주는 작업은 항상 신선하고 재미있다. 음악의 가장 큰 한계이자 가능성이 시각화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CD의 커버나 속지를 이러한 느낌으로 채워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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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의 의무 섹션에서는 인류애적 면모를 선보인다. 포스터에 쓰인 성조기를 두른 여성의 그림 외에도 여러 작품이 있었다. 몇몇 그림 밑에는 작은 글씨도 써 있었다.

"WE THE PEOPLE ARE GREATER THAN FEAR"
"WE THE PEOPLE DEFEND DIGNITY."

감탄이 나왔다. 아름다웠다. 예술이 인류공동체의 공통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예술가의 의무 섹션을 지나 최근의 작품들인 환경문제를 다룬 전시장으로 향했다.

 꾸준히 어떤 사람들은 기후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하지만 기후 변화는 모두가 느낄 수 있을만큼 급격하고 심각하다. 북극곰이 올라갈 얼음이 없어 쉬지 못한다는 영상이 올라온 지도 꽤 오래되었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은 상승하고, 사막화가 진행되어 황사가 점점 심해질 뿐만 아니라 급격한 산업화와 디젤의 매연은 미세먼지라고 불리는 작은 크기의 중금속 물질을 공기중으로 마구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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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퍼드 페어리는 기존 작품들에서는 검정색과 빨강색을 위주로 사용했지만 환경 문제를 다룰 때 푸른 색채를 사용한 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구(sphere)에 그려진 그림에서는 사바나, 세렝게티같은 초원에서 뿌리가 드러나는 나무 옆에 기린이나 사자가 아닌 석유 개발 장치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환경 문제 속에서도 붉은 색채를 유지한 작품이다. 남녀가 손을 잡고 나란히 서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석양은 지나치게 붉어 타오르는 듯하고, 사실 이것이 석양인지 혹은 공장의 매연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러한 풍경을 보고 "THESE SUNSETS ARE TO DIE FOR!"이라고 말하는 하단의 글귀는 정말 참혹했다. 정말 이런 석양밖에 볼 수 없는 걸까? 혹은, 이 정도의 석양에도 '이 정도라면 죽어도 좋아'하고 외칠 만큼 삭막한 세상에 살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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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퍼드 페어리는 선명하고 직접적인 노출이 가능하기에 그래피티를 좋아한다고 했다. 전시회에 의하면 셰퍼드가 생각하는 좋은 아티스트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꿈꿀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주고,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셰퍼드 페어리 전시는 성공했다. 정의의 의미, 평화의 의미, 그리고 환경의 의미에 대해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 많은 전시와 작품들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길. 그리고 언젠가 길을 걷다 그의 작품과 우연히 마주치고 감동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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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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