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셰퍼드 페어리展

예술을 넘어 사회로
글 입력 2017.04.1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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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그려지는 그림’,‘낙서그림’ 이것이 내가 그래피티 아트에 대하 아는 것 전부였다. 그래피티 아트가 팝아트를 잇는 새로운 미술 흐름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래피티가 어떤 점에서 팝아트와 맞닿아 있는지, 현대미술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작가가 이 아트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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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위대한 낙서:셰퍼드 페어리展 >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OBEY'이다. 전시장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작품이 바로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이다. 이 작업은 현재의 그를 만들어 준 가장 중요한 활동이기도 하면서 그가 ’OBEY'로 불리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현상학에 관심이 높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미지와 언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에 유명한 레슬링 선수 사진에 ‘OBEY’라는 문구를 넣어 이미지를 퍼트렸다. 선택된 인물과 메시지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으며 인물과 문구 역시 무작위한 작가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리에 펼쳐진 이 이미지와 문구에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이윽고 유행처럼 이 이미지는 퍼져나갔다. 이로 인해 그는 이미지의 힘을 증명해낸 것이다. 그는 자신을 알리게 된 대표적 이미지인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얼굴과 'OBEY'라는 문구를 자신의 서명처럼 사용하였다. 이후 모든 작품에 상표처럼 이 이미지와 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 브랜드까지 내 티셔츠, 보드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을 하나의 상품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팝아트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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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미지 하나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된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데, 그것이 바로 오바마의 초상을 그린 ‘HOPE'이다. 사실 이 작품은 오바마의 의뢰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지만 이러한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작가가 오바마와 아무런 안면인식도 없는 상태에서 그의 초상을 그려 거리에 배포하는데서 시작되었다. ’OBEY'라는 표시가 있는 이 이미지는 유행처럼 미국 각지에 퍼졌고 오바마를 모르는 이도 그의 이미지를 알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로 인해 젊은 이들의 지지를 받게 된 오바마는 그에게 공식 후보 홍보 포스터를 만들게 했고 실제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그의 당선에 작가의 영향이 컸음을 인정했다. 이처럼 그는 단순히 낙서화를 예술의 반열에 올린 것 뿐 아니라 사회, 정치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자신의 이데올로기나 가치관을 나타내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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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퍼드 페어리의 그림은 팝아트처럼 실크 스크린 작업을 주로 하며 콜라주 기법을 통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작가는 이미지 역시 대중적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미지를 사용하고 선전미술 형식을 차용하여 대중들의 이목을 끈다. 또한 아름다운 이미지 안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정적인 이미지 뒤에 아름다운 의미를 집어넣는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미지이지만 자세히 보면 석유가 흐르는 석유 시추탑이 있고, 꽃을 든 소녀의 손에 수류탄이 쥐어져 있다. 그는 전쟁, 오일머니, 환경오염 비판 등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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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광고 이미지를 차용하여 아름다운 여인이나 풍요로워 보이는 모습 속 부정적인 이미지를 집어넣거나 평화의 상징으로서 히잡을 쓴 중동 여인들을 그려 넣는다. 미국사회에서는 중동사람들을 모두 테러리스트처럼 여겨 이들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고 이들에 대한 차별 역시 존재한다. 작가는 일부로 이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한 이들은 부정적으로 이들을 바라보지만 이윽고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면서 중동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극복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작가는 주로 평화, 부패타파, 잘못된 사회문화나 인식 비판,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하였으며,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를 그린 작품들도 남겼다. 여기엔 초창기 그래피티 아티스트부터 앤디워홀과 유명 미술 비평가 그린버그, 힙합 아티스트들까지 존재하는데 이는 그래피티가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영향을 받아 탄생하였는지 알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힙합의 사회 인식과 반영, 가식 없는 디스 문화부터 팝아트의 대중성과 대량생산,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현대미술의 반향성을 제시하는 그의 그래피티야 말로 미술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아갈 수 있을지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전시였다.


[김휘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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