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화와 정의가 필요한 시대,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展

눈과 귀가 즐거운 전시, 스트릿의 매력에 빠지다.
글 입력 2017.04.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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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예술은,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Shepard Fai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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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이번이 두번째 전시회 관람이다. 스스로를 문외한이라 여기고 살면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집중해서 들여다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관심을 집요하게 두지 않았다. 가령 도슨트의 설명이 없는 전시를 볼 때면 골똘히 상념에 빠지다가도 금세 싫증이 나버리곤 했다. 굳이 사유하려 들지 않았다.

 전시의 세계에 첫 발을 들였던 시작은 ‘다빈치코덱스전’이었다. 눈 앞에서 구현되는 미디어 영상물들, 오묘하고 기이한 입체적인 조형물이 즐비한 작품이 주였던 전시라 나의 흥미를 무난하게 끌었다. 그럼에도, 정말이지 정적이고 고요한 작품들 앞에선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탐색하고, 즐겨야 할지 여전히 몰랐다. 다 보고 나서는 ‘내가 제대로 이해한게 맞나’ 하며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달까.

 다음으로 두번째인 이번 전시는 꽤 달랐다. 굳이 사유하려 들지 않아도 작품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나에게 다가왔고, 마지막 작품을 관람하고 나가는 순간에는 왠지 셰퍼드 페어리의 감각적인 예술 세계로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릿에 관련한 모든 것이라면 관심이 많다는 것도 이 전시를 즐길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가 되었을까? 나는 스트릿에서 비롯된 예술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그것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어떤 것이든. 왠지 아마추어적이고, 조금은 불완전하기도 불안정스럽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서’는 이에 꼭 들어맞는 소재이다. 펜 끝이 가는대로, 무의식 중에 나의 관념이 향하는대로 그려지는 낙서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관람 사진 및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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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퍼드 페어리는 ‘최고의 예술은 세상과 나를 더 긴밀하게 연결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을 향해 최고의 예술이라 말하고 싶다. 그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온갖 어려운 철학 덩어리로 똘똘 뭉쳐져 있는 작은 점 같은, 그런 관념적인 예술보다는 속 시원히 대놓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자칭 문외한인 내게도 그의 의도가 닿을 정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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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낙서 전’, 한 마디로 눈과 귀가 즐거운 전시였다.
 은은히 흘러나오는 힙합 사운드가 백색소음처럼 작용하여 작품을 더 감각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돋우어 주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비디오를 보며 작가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셰퍼드는 끊임없이 다른 아티스트와 뮤지션과의 협업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평소 내가 존경하고 영감을 받는 아티스트들의 초상이 많이 보여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 곳이 전시회 공간인지 힙합 라운지인지 헷갈릴 만큼 흐르는 공기마저 감각적이고 스웩 넘치는 공간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개별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 관람객들의 리뷰를 보니 그러한 의견들도 종종 있었다. 나 역시 그렇다고 느끼긴 했지만, 한편으로 예술은 보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해석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화와 정의’라는 하나의 큰 틀 아래, 다섯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진 전시 내용은 모두 평화와 정의를 향해 있는 것일 테니 굳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다양한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사람들이 주변환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목적들로 작업하고 있다는 그.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며 반응하게 하고, 관찰하게 하고, 의미에 관해 찾아보게 일으켰다는 점이 이미 그의 의도를 자연스레 방증해주었다고 본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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