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전 PEACE & JUSTICE

글 입력 2017.04.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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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낙서"
셰퍼드 페어리 전 : 정의와 평화
(2017. 03. 15~ 04.30)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일반 13,000원
 청소년(만 13세~18세) 10,000원
어린이(만7세~12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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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다녀왔는데, 계속 뭔가가 남아있다. 

  그라피티 전이다. 위대한 낙서 후속 전시로 기획된 '셰퍼드 페어리전'. 그의 거리 예술 작품들이 동영상으로,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다. 'OBEY GIANT'라는 거대한 캠페인에서 비롯된 스트릿브랜드의 명성 때문인지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불특정다수 즉, 대중을 상대로 하는 장르인지라 난해하고 복합한 느낌은 아니었다. 어렵지 않게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시였던 것 같다. 분명한 메세지가 있는 작품들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들을 결코 만만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일반적인 현대미술이 지닌 난해함처럼 창작 의도와 결과물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은 것일 뿐 '메세지 자체'가 단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히 묵직하다. 전시 프로그램부터도 구성이 다분히 정치적이고 관념적인 주제의식들로 향연을 이룬다. '정의', '평화', '환경', '예술가의 의무'....

  전쟁과 정치판에 대한 냉소적인 마인드가 물씬 풍기는 그의 그림들 속엔 세계에 대한 비틀어진 시선이 가득하다. 공산주의 프로파간다 포스터 같은 자극적인 색채감과 직접적으로 현시대와 특정 정권을 까내리는 의도적인 문구들이 몸을 숨기지 않고 보는 이들의 시선 속으로 맹렬하게 달려든다. 세계에 대한 비틀기. 그렇다면 그의 예술 행위들이 단지 허세, 망가진 세계에 대한 막무가내의 발길질로 보이지 않고 우리 세계사와 문명에 대한 준열한 비판의식으로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리에서 마주친 그의 그림을 보고 그저 스쳐 지나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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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엄. 존엄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온갖 부조리와 죽음, 폭력과 광기의 역사 위를 끝끝내 딛고 선 인간의 '인간다운 형상'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가 그의 가슴 속에 뜨겁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오롯하게 전해졌다. 예술을 한다는 이들 가운데서 '자기 자신'에게 고착되어 자신의 내상과 자신의 그늘로만 파고들고 해체시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타자에 대한 공감의 영역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나도 그 힘을 믿는 쪽이고. 그러나 소위 말하는 '트렌드'의 영역에서 봤을 때 그는 고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고전적이다. 모호한 타자가 아닌 명확한 타자, 즉 인간 자체를 위한, 인간 자체를 겨냥한 예술이라니.
  물론 의미의 영역 뿐만 아니라 기법적 측면, 표현적 측면에서 그만의 미적 욕망과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뚜렷하다. 그러나 어쨌든 그의 작품들은 매우 열린 작품들이다. 전시 내 영상 속 그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한 모든 반응을 받아들인다. 아니 애초에 페인팅을 시작하기 전부터 모든 논쟁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에, 자신의 호소에 동의하는 자든, 그렇지 못하는 자든!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해석을 해야만 하는 예술이 아닌 대화를 유도하는 예술이라니. 오랜만이다.

   선명한 것들은 더 들여다 볼 것이 없고 내가 오랫동안 사유할 문제들을 던져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전시였다. 시각적인 면에서의 미학적 개성이 강렬했다기보다 그토록 당당한 그의 태도와 가치관에서 느낀 서늘한 충격이 내겐 의미가 컸다. 글을 쓰고 연습하는 자로서 느낀 열등감이기도 하고. 시는 왜 거리로 나설 수 없나. 시는 왜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가. 시는 왜 대화하지 않는가. 시는 대체 만들어지면 어디로 던져지는가에 대한 물음들이 미술관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좋은 전시였다. 여러모로 나에겐 숙제를 던져준 전시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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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구성]

1) Section A: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 / OBEY GIANT CAMPAIGN
2) Section B: 평화와 정의 / PEACE AND JUSTICE
3) Section C: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 ARTIST COLLABORATIVE
4) Section D: 예술가의 의무 / RESPONSIBILITY OF ARTIST
5) Section E: 지구의 위기 / EARTH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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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전시기간
2017.3.15(수) - 2017.4.30(일)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 오후 7시 20분)

장    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주    최
예술의전당, 미노아아트에셋

입 장 권
일반 13,000원 /
청소년(만 13세~18세) 10,000원 /
어린이(만7세~12세) 8,000원

* 할인 대상자 상세 안내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증빙서류 필수)

문의 및 예매
전시 및 단체 문의  02-580-1653
 입장권 예매  인터파크  1544-1555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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