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시각예술]

봄이 가기 전에 꼭 봐야하는 영화
글 입력 2017.04.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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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결말을 알고 보아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더 좋아합니다. 이야기가 하나 안에 온전히 담겨있는 편이 좀 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들 중에서도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긴 시간을 가지고 있는 영화에게 훨씬 정이 갑니다.

  블루를 처음 보게 된 날은 마치 사랑처럼 끝없이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머리 아파하던 날의 새벽이었습니다. 무려 3시간이라는 긴 길이가 온전히 영화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아 영화 속 아델의 색이었던 주황빛의 스탠드를 켜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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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컬러’라는 요소일 것입니다. 두 주인공인 아델과 엠마는 각각 주황색과 푸른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 아델이 엠마를 만나기 전까지는 화면이 온통 따뜻한 주황빛 입니다. 하지만 엠마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 화면은 점점 푸른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집요하리만큼 모든 것이 블루로 변하게 되어 결국 마지막에는 아델은 온전한 푸른빛을 띄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차갑게 느껴지는 블루가 ‘가장 따뜻한 색’이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컬러기 때문에 그 마음이 따뜻하다는 감각으로 기억되는 것 입니다. 또 이 부분을 통해 영화가 완전히 아델의 시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델


블루2.jpg

 
  영화는 무작정 아델과 엠마의 사랑이야기를 그리지 않고, 꽤 긴 시간 동안 ‘아델’을 그려냅니다. 그녀의 공부, 가족, 방, 친구 그리고 다른 사랑을 보여줍니다. 엠마라는 사람이 그녀의 인생에 들어오기 전 온전한 아델을 보여주어 엠마와의 사랑으로 인한 변화를 더 잘 볼 수 있게 말입니다. 매번 아무렇게나 묶는 머리처럼 꾸밈없는 모습과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의 입술이 엠마를 향한 사랑의 진실함을 보여주습니다.

  위에도 말했듯이 영화는 온전히 아델의 시점이었지만, 사실 아델을 미워했습니다. 사랑했지만 갈수록 엠마를 보는 그녀는 어딘가 불안해하였고, 외로워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다른 사람에게로 눈을 돌려버렸고 엠마와 헤어지게 됩니다. 아델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사랑이 변해가는 과정이 안타까웠고 먼저 변하게 된 그녀가 밉게 느껴졌습니다.

  헤어진 후 후회하고 힘들어하며 다시 엠마를 붙잡으려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랑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델의 시점이기에 엠마가 얼마나 슬퍼하고 아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델에게는 사랑의 자국이 꽤 오랫동안 남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 푸른 자국이 남아있는, 아니 어쩌면 그저 푸른빛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녀의 뒷모습으로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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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자면 ‘블루’라는 영화를 좋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엠마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델이 엠마를 사랑했듯, 엠마도 아델을 사랑했습니다. 화가인 자신을 대변하는 그림에 아델을 그려냄으로써 그 사랑의 깊이를 나타내온 것입니다. 친구들이 모였던 자리에서 아델은 진심이 아니고 무엇이었을까요? 아니, 매번 그녀를 향하는 푸른 눈빛이 그 깊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루5.png
 

  줄곧 푸른 색이었던 그녀의 머리 색이 어느 순간 변하는 건 엠마의 마음의 변화가 아닙니다. 그녀도 아델처럼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물들어 가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흔들리는 아델의 모습이 더 슬펐던 이유는 엠마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이 바에서 처음 대화를 나눌 때의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데, 엠마의 웃으며 아랫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사랑이 시작되는 오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말할 때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살짝 인상을 쓰고 말하는 모습과 아델을 볼 때 고개를 살짝 틀어 보는 눈빛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아델을 결국 미워하게 되었지만, 아델의 시점인 블루를 보며 엠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블루에 대해 저의 생각들을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이미 알고 계셨을 테지만 엠마와 아델 모두 여자로, 블루는 동성애 영화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여자라고 해서 사랑에 특별히 다른 점이 있었을까요? 서로에게 마음이 생기고, 사랑하고, 변하고, 변하는 사랑에 상처입고, 후회하고 다른 사랑을 만나는 모든 모습들이 이성간의 사랑이던 동성간의 사랑이던 똑같을 것입니다.

  10번도 넘게 본 블루이지만 이렇게 글로 쓰기까지가 오래 걸렸습니다. 머릿속 깊은 곳에 남아,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계속해서 곱씹어 보게 되는 작품 중 하나였기에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머릿속의 감정이 완벽하게 녹아 들어가지 않아 아쉬움이 남지만, 그 부족한 부분은 글을 읽는 모두가 블루를 보고 느낀 감정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또 수많은 날들 중 하루는 이 영화로 아델과 엠마의 사랑을 느끼고 내 사랑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찰 수 있기를.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정연수.jpg
 

[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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