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공동체 만들어 나가기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4.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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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따라 스페셜티 커피 (specialty coffee)에 눈이 간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SCAA) 기준에 따라 상위 10%의 원두로 만든 커피를 뜻한다. 이 스페셜한 원두는 보통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쪽에서 오는데 특별한 지리조건과 기상조건을 갖춘 지역에서 재배되며 독특한 향기를 지닌다. 한국에서는 할리스, 탐앤탐, 커피앳웍스 등에서 맛볼 수 있으며 꽤 많은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 생소한 커피의 모습, 복잡한 커피 이름 등의 이유로 스페셜티 커피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아래 광고를 한 번 보면 바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광고까지 나왔단 얘기는 스페셜티 커피가 이미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스페셜티 커피가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을까? 어떤 사람들은 소비자의 입으로 갈 때까지 최고 상태로 유지되는 한 잔의 컵이 스페셜하기 때문에 자신도 특별하게 대우 받을 수 있어서 마신다고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마신다고 한다. 다양한 재배지, 독특한 향 등은 다양한 맛의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이러한 매력 때문에 자꾸만 찾는다고 한다.

 서론이 길었으나 오늘 얘기하고자한 주제는 바로 ‘다양성’이다.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한 맛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도 '다양함'이 필요하다. 다양성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 종교, 성, 인종, 윤리적 배경과 같은 사람들의 개인적 특성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 다양성, 근로자 가치 다양성 등 현실에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슈이다. 요즘은 영화산업에서도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아카데미상을 받은 ‘문라이트’이다. 흑인 인종, 게이 라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보여준 이 영화는 항상 백인들의 영화파티였던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집어 놓기 충분했다.

 사람들의 인식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나랑 다른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같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개인적인 인식 변화와 별개로 사회는 더디게 변하고 있다. 최근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바로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이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죄 없는 어린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사회는 아직 다양성을 수용하기는 멀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시리아 내전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시작되었으나 소수 주권을 잡고 있는 시아파와 대부분의 국민들이 믿고 있는 수니파의 종교 갈등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사실 조금 독특한 길을 걷고 있다. 주변 국가들의 개입으로 인하여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버린 것이 문제이다. 얽히고설킨 국가들의 전쟁은 서로 다른 정치적인 의견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무차별하게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 아마 모두 SNS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인해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사람들의 모습, 억울하게 죽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봤을 것이다. 이러한 비극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서로가 자신이 옳다며 남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배제하게 된다면 같은 비극은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다.

 사회는 다양성을 쉽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은 것 같으나 사람들은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참지 않고 다양성의 존중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펩시 광고이다. 펩시는 최근에 새로 찍은 광고를 발표했는데, 발표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서 광고를 바로 내리게 되었다. 한 번 감상해보자.




 무엇이 문제였을까? 광고를 보면 아시아인, 히잡을 쓴 무슬림, 흑인, 히스페닉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평화시위를 반대하는 백인 경찰들이 보인다. 주인공 모델인 캔들 제너는 모델 포즈를 취하고 있다가 사람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고 시위에 합류하게 되는데 그녀가 펩시콜라를 백인 경찰에게 전달해주자 시위는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가 된다. 이 광고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 라는 미국 내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상업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트위터에서는 ’Black Lives Matter' 시위는 전혀 즐겁지 않았으며, 펩시콜라의 위력을 알았다면 경찰에게 제지 받지 않았을 것 이라는 멘트가 난무했다.
 
 펩시콜라는 사실 이번 광고 기획을 할 때 무장한 백인 경찰에 맞서는 흑인 여성 아이샤 에번스를 모티브로 삼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광고에서는 백인인 모델이 주인공으로 나서 펩시 콜라를 전해줌으로써 ‘인종차별 반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광고가 되어 버렸다. 펩시콜라는 이번 광고를 통해 인종 차별이 없는 조화로운 사회, 단합, 평화, 이해를 보여주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백인과 마이너리티(minority)를 더욱 차별하는 역효과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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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샤 에번스)


 펩시콜라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니베아 광고에서도 ‘순백은 순수(White is Purity)’라는 슬로건을 이용하여 백인 우월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검은색은 불순한가’, ‘인종차별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요즘은 우리들이 자주 쓰는 페이스북도 백인중심 기업으로 밝혀지면서 다양성을 보장하고 존중해주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자 하는 움직임, 마이너리티의 목소리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 사회가 조금씩 변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우리나라가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나라인지 물어본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인식은 많이 변하고 있지만 기성세대는 여전히 흑인을 지하철에서 만나면 자기 옆에 오지 말라 그러고, 욕도 하고, 무시한다. 게다가 우리는 다문화 가정을 꽤 오랫동안 차별하기도 했다. 우리들도 실은 백인들이 많은 나라에 가면 한낱 마이너리티에 불과한데 왜 그렇게 나보다 다르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인식의 변화가 생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내가 ‘다름’을 수용할 수 있고, 그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를 위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적어도 펩시콜라나 니베아처럼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기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곧 올 수 있게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1971년 코카콜라 광고 ‘I'd like to teach the world to sing' 광고를 보며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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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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