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티엘아이 아트센터 아티스트 시리즈IV, < 김재영 손열음 듀오 리사이틀 >

글 입력 2017.04.09 19: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TLI 김재영&손열음 포스터_최종.jpg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김재영 손열음 듀오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성남까지 다녀오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김재영과 손열음의 조합 그리고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이라는 것에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공연이었다.





 
Program

Brahms

Sonata for Violin & PIano No.2 in A Major, Op. 100

Sonata for Violin & Piano No.1 in G Major, Op. 78

Intermission

Sonata for Violin & Piano No.3 in d minor, Op. 108






1부의 시작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으로 시작되었다. 피아노의 부드러운 서주로 시작되는 2번은 브람스가 보여줄 수 있는 서정성의 극치가 담겨 있다.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며 아주 우아한 감성을 한껏 맛볼 수 있다. 그래서 2번으로 무대를 시작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그런데 1악장의 아름다움이 한껏 고조되며 끝나갈 무렵, 갑자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의 바이올린 현이 끊어진 것이다. 절정으로 치닫자마자 현이 뚝 끊겨 순간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보이는 김재영과 손열음의 모습에 이마저도 슬며시 웃음이 났다. 다시금 현을 갈아끼우고 나온 김재영은 손열음과 의견을 나눈 뒤, 객석에 물어보았다. "중간부터 연주할까요, 처음부터 연주할까요?"

연주자들의 컨디션을 생각하면 중간부터가 낫겠지만 당장에 갑자기 절정을 연주하는 것보다는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객석 중앙에서 말이 끝나자마자 "처음부터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정말 감사하게도 2번을 다시금 처음부터 들을 수 있었다.


연주회에 오기 전, 티엘아이 아트센터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탄천에서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를 보며 다양한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김재영과 손열음의 연주로 듣는 소나타 2번에서, 특히 두 번째로 연주한 그 1악장에서부터 나는 마치 탄천을 거닐며 인생의 봄을 만끽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을 보던 그 시선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사람 사는 모습들을 보며 느꼈던 그 포근함이 다시금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이어서 1번이 연주되었다. 브람스의 어두운 감정과 슬픔, 기쁨과 희망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1번. 지극히 우아하면서도 우울한 3악장도 좋았는데 김재영과 손열음의 연주에서는 1악장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와 닿았다. 아주 온화하고 평온한 가운데 김재영과 손열음의 손끝에서 나온 1주제가 정말 우아하다는 말밖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감정적인 변화들이 느껴지는 가운데 관객들에게 아주 상냥하게 전달해 준 연주였다.




인터미션 후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중 대곡인 3번이 연주되었다. 유일하게 4악장으로 구성되었기에 대곡이기도 하지만 어두우면서도 드라마틱한 곡이기 때문에 더더욱 대곡이라 할 수밖에 없다. 1악장에서부터 이 곡이 얼마나 열정적이며 극적인 작품이 될 것인지가 드러나있는데, 1부와는 사뭇 다른 연주자들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가장 덜 듣는 게 3번이었는데, 김재영과 손열음의 연주를 들으며 새삼 3번이 원래 이랬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인상보다도 더 사색적이고 어두우면서도, 아름답고 극적인 곡이었다. 특히나 아주 강렬한 타란텔라가 연상되는 4악장에서 김재영과 손열음이 쏟아낸 에너지는 어마어마했다. 폭발적이고 역동적이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주고 받는다는 느낌의 인상 정도만 가지고 있었는데, 김재영과 손열음의 연주는 불꽃 튀기는 접전 같았다. 젊은 거장들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에 완벽하게 압도당하는 순간이었다.





열정적인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를 앵콜로 연주했다. 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앵콜 선곡이었으나 아주 완벽하고도 조금은 코끝이 찡한 선곡이었다. 브람스가 슈만을 갓 찾아왔을 때 브람스와 슈만이 클라라를 위해 클라라의 로망스를 연주하지 않았던가. 그 완벽한 트라이앵글이 떠오르면서도 동시에 평생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가 떠올랐다. 그렇기에 정말 완벽하고도 또 가슴이 뭉클한 선곡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아름다움과 뭉클함, 사랑스러움이 한 데 어우러진 로망스까지, 김재영과 손열음은 뛰어난 호흡으로 그려내주었다.





젊은 거장들의 손끝에서 만난 브람스는 아주 찬란했다. 우아하기도 하고, 조금은 어둡기도 했으며 작열하는 불꽃처럼 강렬하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호흡이 환상적이었기에 그런 브람스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후에 노부스 콰르텟 공연에서, 또 솔로 피아니스트로서의 손열음의 공연에서 그리고 이들의 협연에서, 더 많은 감정들을 느껴보고 싶다.


[석미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