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토닌 드보르작 [스타바트 마테르]

글 입력 2017.04.0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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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홀은 생각했던 것보다 복작복작했다.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연주회장에 들어서니 왠지 기가 죽었다. 나는 클래식이나 오케스트라 음악에 대해서 무지하니까. 게다가 종교도 갖고 있지 않아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 연주에 잘 공감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싶은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안토닌 드보르작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총 열 곡이다. 성모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 비극적인 장면을 바라보는 화자가 주로 다뤄진다. 곡 내내 화자는 비극적 장면을 목격하고, 그에 동화되고 싶어한다. 슬픈 장면을 다루기 때문에 곡들은 위태롭게 전진하고, 꼭 어디로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아슬한 느낌을 준다. 곡 전반에서 '그 상처를 함께 입고 함께 피를 흘리겠다'는 태도가 드러나는데, 비종교인인 나의 눈에는 섬뜩하면서도 잔혹하게 그려졌다. 한편으로는 그런 고통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신앙심에 대해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곡의 특성과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 공연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는 이 공연 자체가 신비한 경험을 주었다. 가장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것은 전체적인 움직임이었다. 악기의 구성들이 다들 제각각 되어 있고, 그 악기들을 한 사람이 다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주할 때만큼은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몸처럼 움직였다. 잘 조립된 로봇이 작동하는 느낌이어서 신기했다. 많은 수의 합창단 인원들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화음 또한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그 가사를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귀로 인식할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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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확실하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결코 사전 지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을 느껴야 좋을지, 어떤 것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지 희미했지만 더듬어도 만져지지 않는 어떤 것이 무대 건너편에 있다는 걸 우리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정성들여 포장한 선물 같은 어떤 것이 내게 오는 느낌, 잘 몰라도 좋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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