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토닌 드보르작의 스타바트 마테르 [공연]

음악 공연에 초보인 당신에게
글 입력 2017.04.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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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러 갔던 날은 피로가 최고조였던 날이었다. 잠을 거의 못 자던 한 주를 보내고 주말에 잠시 여행을 다녀온 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다시 또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다소 낯설었던 고전음악 연주회를 집중해서 잘 들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괜한 고민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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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듣기

  앞에서 말했다시피 고전음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전날 미리 받아보았던 공연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지만 음악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 공연 팜플랫을 구매하였다. 팜플랫의 구매 비용은 서울 오라토리오 오케스트라의 후원금으로 쓰인다고 했다.

  팜플랫에는 안토닌 드보르작, 스타바트 마테르 그리고 연주될 곡들의 순서와 가사, 짧은 설명이 쓰여져 있었다. 총 10곡이 연주되며 반으로 나누어 총 2부로 진행된다고 적혀있었고, 나는 각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의 가사와 그 곡에 대한 설명을 읽은 후 음악을 들었다.

  어떤 이들은 음악을 감상할 때에는 다른 정보의 개입 없이 순수한 자신의 감상이 곡에 대한 해석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잘 모르는 곡에 대해서는 꼭 설명을 읽고 듣는 편인데, 내가 읽은 정보를 음악을 들으며 쏙쏙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알고 듣기’가 빛을 바랬던 곡은 제3곡의 Coro였다. 이 곡은 장송 행진곡 풍으로 상여를 맨 사람들이 옮기는 걸음걸이를 연상케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슬픈 선율이 곡에 잘 이입하게 하는 듯 했다. 그리고 합창의 ‘Fac, Fac, Fac’ 부분과 중간중간 끝난 듯 정적이 이어지는 부분은 모르고 들었다며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Fac, Fac, Fac’이 통곡의 목소리, 절규의 소리라는 것을 알고, 북받쳐 올라 더 이상 말을 잇기 힘든 감정을 정적이 표현한다는 것을 알고 들으니 감상과 곡에 대한 이입이 더 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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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공연에서 연주되는 곡의 가사는 짧다. 하지만 짧은 가사를 반복하여 들음으로써 그 의미와 감정을 계속해서 곱씹어 볼 수 있었는데, 제8곡 Duo가 가장 그러했다.

  Duo는 전주에서 제시되었던 선율과 리듬이 각각의 성부와 악기들에서 발전되고 전개된다. 가사가 반복되는 와중에 주제선율이 비슷한 듯 다른 음악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달라지는 선율 위에 같은 가사를 두며 감상하니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거룩하게도, 간절하게도, 비장하게도, 안타깝게도, 애통하게도 느껴졌던 곡이었다.

내 마지막 숨 쉬는 순간까지
당신의 아들의 죽음을
내 몸에 새기게 하소서,
주의 모든 상처 나도 입어
그 거룩한 피에 내 영혼이 취할 때까지
젖어 들게 하소서

  반복이란 것은 단순한 방법이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에 경험하는 사고의 도돌이표와 복합적인 감정의 쓰나미를 표현하는 데에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서울오라토리오2.jpg
 

# 뜯어 듣기

  평소에 나는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짧으면 하루 종일, 길게는 한달 내내 그 곡만을 듣는다. 그렇게 반복해서 들으면 하나의 곡 속에 많은 음악이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렇게 찾아냈을 때 비로소 그 곡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며 내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곡들의 반복이 있었기에 이번 공연에서도 할 수 있었던 뜯어 듣기. 더욱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 지휘자까지 뜯어 감상할 것이 많았다. 마지막 제 10곡 Quartetto e Coro이 뜯어 듣기에 좋은 가장 좋았는데, 4중창의 노래와 합창,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소리와 또 독립적으로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0곡의 가사에 ‘천국에서 주와 함께 평안하게 하소서, 아멘’이 있는데, 그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그 소리에만 집중을 해보며 감상하였다.





  공연을 본 뒤 지쳤던 정신이 맑게 깨어나는 것 같았다. 사실 감상하기 이전에는 마치 친하지 않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처럼 걱정되기도,기대되기도,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만나고 나니 나와는 너무나 잘 맞고 재미가 있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또한 종교음악이기도 하지만 무교이던, 불교이던, 기독교이던 누구나 가사에 이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을 잃고 슬퍼하며 만든 작곡가의 감정이 노래에 잘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리뷰를 읽는 사람 중 고전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있다면, 공연을 볼 때에 위의 세가지를 잘 실천하면서 감상한다면 충분하다. 알고 듣기, 반복 그리고 뜯어 듣기.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아트인사이트와 서울오라토리오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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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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