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

모든 일상에서 사랑을 만나다
글 입력 2017.04.0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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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계절에, 나는 사랑을 잃었다. 첫눈 소식이 슬슬 들려올 즈음이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추위를 잊게 하던 품, 뿌옇게 허공에 번지던 입김, 그리고 드문드문 가지에 매달린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죄다 떨어져 바닥을 뒤덮어버린 노란 낙엽이 떠오른다.

 헤어지고 얼마 안되어 나는 콘칩을 씹다 그만 울어버렸다. 노란 색깔이 우리가 걷던 낙엽길을 닮아서. 부서지는 소리가 발밑에서 바스락대던 그 소리를 닮아서. 나는 우습게도 콘칩을 보고 떠나간 이를 추억하며 울었다.
 
 이건 비단 나 혼자만의 추억은 아닐 것이다. 갓 이별한, 혹은 갓 사랑에 빠진 이들의 감수성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온갖 시시콜콜한 것들에서 사랑을 찾아내고, 한낱 콘칩을 씹다가도 울고 웃는다.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일상적인 것들에서 사랑을, 이별을, 관계를 캐치해 낸다. 그리고 그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써낸다. 정말 비범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사랑에 빠져 감수성이 예민해진 상태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글을 읽으며 자신의 '콘칩'을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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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같은 식탐의 노예에게 햄버거란 그저 정복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햄버거를 먹다가도 인내의 미학을 찾아낸다. 그에게는 일상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되고 추억이 된다. 나는 그와 같이 탁월한 감수성을 타고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더더욱 즐겁게 읽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물들에 대한 고찰이 튀어나와서.

 책을 다 읽고서 주위를 쭉 둘러보자 익숙했던 것들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물론 읽는 것도 무척 쉽고 재미있는 과정이지만, 이 책의 진정한 즐거움은 책장을 다 덮은 후인 듯하다. 작가의 감수성을 이어받아 세상 모든 만물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 그 즐거움을 한 번 누려보시길.


[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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