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닉 나이트 사진전: 당신, 그 자체의 아름다움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4.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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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것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것만큼 나의 감각을 건드리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전시회에 자주 다니고, 전시회에서 표현된 누군가의 감정, 누군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것에서 기쁨을 얻는다.

방학 동안 위대한 낙서전, 스미소니언 사진전, 르누아르전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회를 다녀왔지만, 닉 나이트 사진전은 내 우선순위에 있지는 않았다. 주로 상업적인 패션화보를 찍는다고 여겼던 나의 생각 때문에 흥미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특정한 물건을 홍보하려는 목적을 가진 화보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하나의 ‘예술‘보다는 광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별다른 기대 없이 다녀온 이번 전시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깊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닉 나이트는 그의 사진들을 통해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 것이다.

나를 굉장히 놀라게 했던, 닉 나이트전에서 내가 주목한 키워드는 ‘아름다움에 대한 개방성’ 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많다. 사회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나를 강제하고, 나를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그들이 정해 놓은 아름다움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해, 나는 나의 본래 모습 그 자체로 있을 여지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예는 미디어이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암묵적인 ‘아름다움의 표본’은 아름다움을 소수의 사람들의 것으로 국한시킨다.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것, 몇몇 타고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폐쇄적인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특성이 가장 강력하게 유지되는 패션계에서, 닉 나이트는 아름다움에 대한 강제를 거부한다. 오히려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만의 사진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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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포즈, 다른 표정, 다른 얼굴들.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맞게, 닉 나이트는 다양한 촬영 방식을 채택한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주인공들의 통상적인 모습이 아닌, 모델이 가진 고유한 개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모델만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다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그 사람 자체에 내재된 아름다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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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자. 모델의 얼굴이나 몸의 윤곽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뒤쪽 빨간 옷의 장식만이 눈을 사로잡는다. 소위 말하는 모델의 ‘아름다운 얼굴’과 ‘아름다운 몸’을 드러내지 않고도, 충분히 그 옷의 개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잘 파악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는 모델을 완전한 검정색으로 처리함으로써, 사회가 여성에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아름다움에서 탈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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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사회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상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그들은 그 자체보다도 ‘치료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닉 나이트의 사진 속에서 나타난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사진 속의 그들은 장애를 감추거나 극복하려 하기 보다는, 그 장애를 자신의 고유한 특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들과 같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 아름다움이 더 잘 다가오는 것이다.


‘나는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지 않는다.’ - 닉 나이트


아름다움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미’는 길이나 넓이처럼 재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좌우되는 주관적 특성인데 말이다. 특정한 기준의 아름다움을 강제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닉 나이트의 전시를 보며, 아직도 아름다운 이들이 ‘아름다움’을 가질 수 없는 우리의 사회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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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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