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찬란한 여성들의 우정, 써니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4.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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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여성들의 우정, 써니 >


 지난 2011년, 7백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써니. 남자들의 우정에 대한 영화는 '친구'나 '바람'과 같이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 찾을수록 많이 보이지만 '여성'들의 우정에 대해 다루는 영화는 특히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다. 그 중 재밌고 또 감동적인 이 영화의 출연이 반가울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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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영화 속 흔치않은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 >


 여성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 연대가 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를 다루는 작품의 수가 남성의 비해 턱없이 적은 것이 문제일 것이다. 이는 영화시장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컨텐츠에서도 확인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흔히 한국의 예능판만 봐도 남성의 우정과 연대로 이루어진 컨텐츠는 너무나도 많다. '아는 형님'부터 '무한도전', '1박2일' 등 셀 수 없이 많은 컨텐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여성들의 컨텐츠는 어떠한가. 예전 '여걸식스'의 흥행이 무색할 정도로 찾아볼 수 없어진 현재의 예능은 참혹하다. 최근에 나온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한줄기의 빛으로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콘텐츠가 흥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2011년에 이러한 영화가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군다나 큰 흥행을 거머쥐었으니 더 그렇다. 함께 즐거웠고 함께 싸웠고 함께 아픔을 나눴다. 영화의 메인 문구처럼 그들은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를 잘 보여주고 있다. 찬란한 고등학생 시절 하나였고, 친구를 보내주는 다른 시간 속에 그들은 또다시 하나였다. 뭉치고, 추억하고, 서로를 아끼고 생각하는 것. 여성의 우정은 찬란하고 아름답고 또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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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성들의 삶 >


 써니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과거 캐릭터와 현재 캐릭터를 비교하는 일이다. 캐릭터들의 캐스팅부터 큰 관심을 받은 써니는 각각의 캐릭터가 실제하듯 잘 살아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볼 수 있는 조금 암울한 어느 것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사생대회에서 상도 줄곧 타고 공부도 잘하던 나미는 돈 잘버는 남편을 만나 가정주부가 되었다. 문학에 재능이 있던 금옥 역시 주부의 삶을 살며 일자리를 구하는 현실에 있었고,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복희는 현실에 벽 앞에 무너져내렸다. 어릴적부터 아이디어가 넘치던 춘화는 사업에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암으로 짧게 생을 마감한다. (감독판에서 알게 된 춘화의 이혼사실은 좀 의외였고 차라리 싱글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아니며 능력있는 싱글로 오로지 스스로의 삶에 충실한 모습을 담았으면 한 개인적인 팬의 생각이다.)

 이들의 모습은 현실의 모습이다. 재능이 있던 친구들의 꿈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의 재능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가. 우리 어머니, 할머니 세대의 소위 말하는 재능있는 '천재'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들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 살아가고 있지않은가. 영화를 두번째 보면서 이 부분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최근에 개봉한 <히든피겨스>에서 여성들이 그들의 재능을 가지고 활약하는 모습이 떠오르며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40대에게 말하는 되고싶은것, 꿈이라는것은? 그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버린 그녀들에게 던지는 이 질문에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대답만큼 슬프고 아픈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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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


 너무도 따뜻하고 너무도 찬란하고 너무도 행복한 이 영화지만, 중간중간 잉?하는 구석에 고개를 갸우뚱해버리는 부분은 항상 등장한다. 허나 우리는 자본의 노예고, 모든 해결의 방법은 '돈'으로 귀결된다. 시집살이에 병문안도 못가는 금옥이 건낸 봉투를 수표로 바꾸는 나미의 모습과 춘화의 장례식장에서 써니멤버들에게 주는 춘화의 마지막 선물로 그동안 멤버들의 고생과 걱정들을 한 번에 해결해버리는 두 장면의 공통된 해결방법은 '돈'이다. 지난 과거가 무색하게 하루만의 모든 멤버의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현실이 와닿을뿐, 무언가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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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간의 케미로 수많은 매니아뿐만 아니라 대중들까지 사로잡은 영화 써니. 단순한 추억회상용 드라마가 아닌 많은 역사적 스토리를 더함과 동시에 여성중심의 영화기에 더 매력적이고 마음이 간다. 천우희, 심은경, 강소라 등 많은 매력적인 배우를 우리에게 알려주니 참 고마운 영화다. 지금 우리 세대의 어머니와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났다.


써니, 찬란하고 멋지다. 하지만 돈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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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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