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4곡 4색 '2017 리컴포즈', 진화를 꿈꾸는 전통음악

글 입력 2017.04.0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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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곡 4색 <2017 리컴포즈>
진화를 꿈꾸는 전통음악


전통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
공감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국립국악관현악단_사진_국립극장 제공.jpg
 

지난주 토요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2017 리컴포즈> 공연을 보고 왔다. 우선 공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2017 리컴포즈>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적인 기획시리즈 중 하나로, '전통음악을 원료로 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견인하는 국악계의 선도적인 음악 프로젝트다. 2014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이번 <2017 리컴포즈>는 서양음악적 뿌리를 지닌 4명의 작곡가, 강순미, 강은구, 김혜자, 김대성을 통해 전통음악 속 다양한 노랫소리를 국악관현악으로 변화시키는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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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립관현악곡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다오' (작곡 강순미)
첫곡은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의 반주곡에서 발전된 궁중음악 '수제천'을 소재로 한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다오'라는 곡이었다. '정읍사'는 우리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그 백제의 노래가 맞다. 정읍현에 사는 어느 상인의 아내가 행상 나간 남편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높은 산에 올라가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로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우리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밝혀 주소서’ 하는 아내의 애달픈 마음이 담겨 있는 곡인데, 여기서 영감을 얻어 국립관현악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이 곡의 가장 큰 백미는 끊일 듯 끊어지지 않는 선율의 흐름이 아니었을까? 거기에 웅장하고 강렬한 주선율 위로 이어지는 잔물결 같은 섬세한 잔가락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2. 국립관현악을 위한 가곡 '버들은 실이 되고..' (작곡 강은구)
강은구 작곡가는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의 작품 음악으로 국립극장과 이미 여러번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순수 음악뿐 아니라 무용, 연극 등 다양한 극 장치를 활용한 작품들에 참여해 온 그의 이번 작품은 전통 시조시 '이수대엽'을 주제로 창작되었다. 전통 가곡 한 바탕의 두 번째 곡인 이수대엽은 가곡 한 바탕 중에서 가장 느리게 노래하기 때문에 '긴 것'이라고도 불리는데, 본래 노래와 반주 형식의 가곡이이기에 노랫말이 아닌 국악기들의 음색만으로 채워진 국악관현악으로의 변화는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특히, 기존 노래에서 창자의 긴 호흡이 여러 악기들의 호흡으로 나뉘고, 더욱 서정적인 느낌이 더해져 다채로웠다.


3. 국악관현악을 위한 '영산지심' (작곡 김혜자)
쉼 없이 다양한 작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혜자 작곡가의 이 곡은 불교 범패의 짓소리 '영산지심'을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절에서 주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불교의 의식음악을 뜻하는 '범패'의 한 곡명인 영산지심. 그리고 '영산지심'을 소재로한 이 곡은 4곡 가운데 많은 악기들의 조화가 가장 돋보이는 곡이었다. 원래 짓소리는 승려들이 합창으로 서로 경쟁하듯 부르는 형식의 음악인데, 다양한 국악기로 재해석된 '국악관현악을 위한 영산지심'은 악기의 음색과 강약의 표현 등을 활용한 합주가 조화로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듯 했다.


4. 국악관현악을 위한 '진토굿' (작곡 김대성)
다양한 연주곡뿐 아니라 뮤지컬 '아리랑' 등 어려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대성 작곡가의 곡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4곡 중 가장 변주가 많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던 곡이다. 제주민요인 '진토굿'을 소재로 한 마지막 곡은 다양한 형태의 전통음악 장단들이 총망라되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진토굿'이란 죽은 자를 매장할 때 하는 소리를 이르는데, 김대성 작곡가는 토속적인 제주 민요, 특히 이 '진토굿'의 아름다움을 곡에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제주도의 토속민요와 고악보의 소리 및 여러 장단들이 사용된 '국악관현악을 위한 진토굿'은 다양한 전통 음악 리듬이 어우러져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2017리컴포즈_포스터_최종.jpg


<2017 리컴포즈>는 4명의 작곡가와 이용탁 지휘자, 그리고 국립극장 국립관현악단이 함께한 4인 4곡 4색의 공연이었다.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공연 속에는 다양한 느낌이 공존했고, 그로인해 전통음악의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나는 '과연 이 공연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수제천, 전통 가곡, 범패, 짓소리, 토속 민요 등 공연의 소재가 된 전통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양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작곡가들만의 현대적 개성은 찾기 힘들었고, 곡을 느끼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가진 전통음악의 발전 가능성은 분명한 듯 했지만, 이를 청중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전통음악, 혁명을 갈구하는 시도 모두 좋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더 많은 청중들이 전통 음악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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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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