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리 소리 '국립국악관현악단 2017 리컴포즈'

글 입력 2017.03.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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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오름 극장에 간다고 해서일까 괜히 하늘을 재차 들여다보고 달을 자꾸만 찾았다. 아쉽게도 달이 쉬이 보이지 않는 밤이었지만 공원의 불빛이 흐드러져 곳곳에 별이 보였다. 동대입구역에서 나와 장충단 공원을 지나면 국립극장이 나타난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역에서부터 쭉 걸어올라가도 좋을 거리. 처음 가보는 국립극장은 생각보다 컸고, 하늘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인지 고고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이 곳에서 조금 특별한 연주가 열린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2017 리컴포즈'. 이 리컴포즈는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적인 기획 시리즈로, 전통음악을 베이스로 하여 다양한 음악적인 실험을 보여준다. 전통음악의 세계를 깊이 있게 풀어내어 소리와 음악의 기원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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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주에서는 범패의 짓소리, 제주 민요인 진토굿을 비롯하여 전통 성악곡인 이수대엽과, 정읍사의 반주곡에서 발전된 수제천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독특한 점은 이 각기 다른 4가지 전통 주제들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국악의 독특한 음색으로 들려주었다는 점이다.

평소 접할 일이 드문 국악 공연을 보게 되어 기대되기도 했고, 전통과 현대의 만남, 그리고 조화라는 타이틀을 어떤 음색으로 풀어낼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수제천의 애절함과 장려미가 깃든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다오', 연극적이고 웅장한 '버들은 실이 되고...', 원혼을 달래는 '진토굿', 국악으로 올리는 불교의식 '영산지심' 순서로 연주가 이어진다. 막이 오르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국악기들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현악기와 관악기가 줄지어 있었고 중간중간 보이는 첼로와 바이올린, 그리고 끄트머리에는 편경과 편종까지. 시선을 타고, 벌써부터 음악이 흐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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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다오'는 내게 있어서 다소 충격적인 곡이었다. 국악기가 가진 다양한 음색이 하나하나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다시 흩어졌다가 재차 모이기를 반복하며 각자의 소리가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국악이 지닌 '소리'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무대였다. 노래 한 곡을 듣는다기 보다는 영상 한 편을 보는 느낌이었다. 달과 하늘, 바람과 나무, 그 어딘가를 흐르는 물길의 풍경이 긴장 속에서 펼쳐졌다.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 그리고 국악기의 소리 하나하나가 아름다우면서 무척 신기했기에 꽤 긴 시간임에도 계속 집중하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버들은 실이 되고...'는 멜로디의 변주가 화려하고 개성적이었다. 연극적이라는 표현이 참 잘 맞는다. 아무것도 없는 빈 터에서 조금씩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시작되는 도입부, 그 뒤를 따라 소금과 대금이 음을 주고받는데 그 오감이 탄탄한 줄기와 같다. 슬프고 아프고, 하지만 기쁘고 사랑스러운 멜로디.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빠지는 현악기의 부드러운 음색과 조화가 참 아름답다. '진토굿'은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는 곡이기 때문인지, 때로는 침잠한 듯 하다가도 힘차고 날랜 박자가 이어진다. 굿이라고 하면 창을 떠올려서인지 국악만으로 어떻게 '진토굿'을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국악기로 낼 수 있는 소리의 조화가 이토록 다양하고 예리하다는 점에 놀랐다. '영산지심' 국악으로 새롭게 표현되면서도 완결성 있는 꽉 찬 울림을 선사해주었다.

귀가 즐겁고 눈도 즐거운 공연이었다. 국악기가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인지 귀도 쫑긋, 눈도 반짝거리면서 연주를 주시했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음색이었다. 우리나라의 악기와 그 전통 음악의 소리가 낯설게 느껴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고, 그 아이러니함이 조금 나를 슬프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날 우연처럼 운명처럼 전통 국악의 소리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동시에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더욱 풍요롭고 가깝게 느껴진 이 소리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좋았고. 오히려 더 많은 곡을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했다. 우리 전통관현악의 풍부한 가능성을 엿보고 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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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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