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쓸쓸하고도 찬란한 너라는 계절' 리뷰

일상에서 발견한 너의 존재
글 입력 2017.03.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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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일상에서 발견한 너의 존재
'쓸쓸하고도 찬란한 너라는 계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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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는 솔직해야 한다. 모든 문학작품에는 작가의 자아가 투영되어 있지만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간다. 좋은 에세이는 자신을 꾸미지 않고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면서도 읽는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글이면서도 독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글. 그래서 에세이는 가장 쉬운 글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글이다. 

 석류 작가는 일상 속에서 당신의 존재를 찾았다. 모든 것은 사랑에서 출발한다는 어느 가수의 이야기처럼 모든 삶 속에서 사랑을 발견했고 당신의 존재도 당연히 그를 따라왔다. 작가의 세상에서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다. 기온으로도 날짜로도 구분하기 애매하지만 그럼에도 보편적인 세상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랑', '여행', '너', 그리고 '나'로 구분한다. 각각의 주제에 빠져있었던 시간을 하나의 계절로 구분하는 것은 꽤 타당하다. 어차피 계절이란 절기를 나누는 것인데, 굳이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으니까. 한편으로는 각각에 대한 절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그것에 온전히 몰두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빠져있었던 작가가 부럽다.

 글작가 석류의 생각과 조우한 그림작가 르코는 흑백의 톤으로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미지의 구성이 뻔하지 않아서 좋았고 딱딱하고 구분되는 느낌의 도형들도 좋았다. 손으로 그린 그림들은 펜촉 낌처럼 선이 구불구불하고 일정하지 못한데 이는 미완성, 부족함의 느낌보다 위태로움, 깨질듯한 느낌, 감정적인 촉발로 느껴졌다. 수채화의 흐릿하면서도 은은한 느낌과 펜의 날카로우면서 위태로운 느낌이 공존하여 글의 느낌이 그림으로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사랑의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책 속에서 나에게 주로 와닿았던 것은 여행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각각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팔찌, 텐노지 공원에서 펼쳐졌던 옥토'바' 페스트, 진한 에스프레소와 부드럽고 따뜻한 크로와상의 판타지가 있는 이탈리아. 내가 갔던 이탈리아와 텐노지 공원,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피렌체의 크로와상은 여전히 1유로일까. 일리 커피의 야외 테이블에는 여전히 비둘기가 많아 앉기가 두려워질까. 루체른 리기산에서 내려와 배를 기다리는 선착장에서 만난 아저씨는 여전히 관광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푸른 물빛 끝없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 온전히 나의 기억밖에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다음부터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노트에 적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나를 드러내는 일은 왠지 부끄럽고 한 편으로는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에 대한 글이 인터넷에 등록되는 순간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나에 대해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에세이를 쓰고 출간하고 읽는다. 부끄럽고 위험한 일일지 몰라도 서로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 이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일 것이다. 에세이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을 통해 당신의 계절을 만들어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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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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