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티스트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3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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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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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굳이 찾아가지 않더라도 '미(美)'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항상 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변에서도 흔히들 기초 교양으로 미술사, 예술사를 논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 던져도 그 정의가 모호한 부분이 많아서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각자의 생각만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우이다. 나아가 '예술가란 무엇인가?','훌륭한 아티스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담론은 훨씬 깊어지고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예술이 단지 예술성으로만 논해지지 않고 대중적인, 혹은 상업적인 면에서 논해지게 되면 이 내용은 역사나 철학 수업에서나 다뤄지고 여러 세미나나 포럼에서도 민감하게 다뤄질 만큼 복잡성을 갖게 된다.

 여기에 그 복잡한 내용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제시한 영화가 있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진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질문에는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라는 영화는 그 질문에 해답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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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아티스트 '지젤'은 국내 전시회를 열기 위해 갤러리를 찾아다니지만 거절당한다. 과외를 하며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갤러리 대표 '재범'을 만나게 된다. 그의 도움으로 첫 전시회를 열게 되고, 오픈을 눈앞에 둔 순간! 그녀의 심장이 멎어버린다. 그 사이에 '지젤'의 그림은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하고 주목을 받자 '재범'은 더 위대한 그림을 만들기 위한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더욱 큰 성공을 눈앞에 둔 '재범'앞에 다시 깨어난 '지젤'이 나타나는데...


"천재이냐 아니냐,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는 무엇일까? 개인전과 함께 사라진 '지젤'은 순식간에 일약 스타가 된다.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매번 최고가를 경신하며 팔려나가고, '천재 작가'의 첫 개인전, 그리고 죽음이라는 극적인 스토리는 사람들을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이젠 유작(遺作)이 된 그녀의 작품들은 희소성까지 덧붙어 '재범'은 큰 성공을 거둔다. 철저히 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그 능력까지 뽐내며 심지어는 그런 최고의 작가를 양산하기 위해 '아티스트 프로젝트'까지 기획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만든 아티스트는 불우한 가정에 불행한 유년시절을 겪었지만 예술적 천재성을 가진 아티스트로 만들어진다.


"저.. 그림 계속 그릴 거예요.
'저의' 그림을 그릴 거예요."


 돌아온 '지젤'은 혼란에 빠진다. 영화에 직접적인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진정 자신의 '작품'에 사람들이 영광하는 것이 아닌, 지젤의 스토리와 상업적인 마케팅에만 사람들이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전처럼 편하게 작품 활동을 하지도 못한다. 지젤의 캐릭터가 무너지는 순간 작품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지젤의 작품으로 수익을 얻기 원하던 '재범'은 그녀에게 제한된 작품 활동을 요구한다. 그녀는 "나의 그림을 그리겠다"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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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


 '지젤'은 알 수 없는 캐릭터였다.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 말을 걸기도 하고, 자기 얘기하기 좋아하는 택시기사님도 그녀의 잡담에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을 보고 말이 많고 쾌활한 성격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술'에 있어서는, 특히 그녀의 작품과 관련해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전시회에서 관객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그냥 그렸어요..'라고 대답하고 면접장에서도 그녀의 상상과는 다르게 말을 하지 못했으며, 여러 갤러리를 찾아다니면서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미술을 명확한 기준 없이, 혹은 미술을 알지도 못하면서 판단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 트라우마로 남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 있게 그녀는 '저는 예술가에요. 과거에도 현재도, 저는 예술가에요.'라고는 확실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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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범'은 훌륭한 사업가다. 수완이 좋아 돈을 벌어들일 줄 안다. 그는 어린 시절 집안의 '보물'처럼 여겨지던 도자기가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아쉬운 생각보다 가짜임을 판단한 '감정사'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눈을 믿는다. 시력은 좋지 않지만, 렌즈를 끼지도, 치료를 받지도 않는다. 작품을 보는 눈이 있다는 그만의 신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작품을 만들지는 않지만, 그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작품에 가치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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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캐릭터 모두 개성은 뚜렷했다. 하지만, 누가 옳은 가치관을 가졌느냐, 누가 아티스트에 대한 옳은 생각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 영화 또한 그에 대한 해답을 명확히 던지지는 않는다. 다만,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였을 때 벌어지는 처참한 상황에 대해 깔끔하게 보여주었다. 분명, 그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는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힌트가 되었을 것이다.
  연출과 작품의 구성 자체도 아주 간결하고 짜임새 있었던 것 같다. 각각의 장면에 헛된 씬은 없었으며 의미가 부여된 장면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몰입감도 좋았고 곳곳에 등장하는 유머 코드들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연속 매진의 기록을 세우고,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예매율 1위에 등극한 이 영화는 최소한 '아티스트'라면, 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꼭 추천해보고 싶은 영화이고, 나에게도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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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및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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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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