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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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다
자객열전? 영웅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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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렇다. 검은 두건, 검은 복장, 짧은 수리검이나 칼, 삿갓… 그리고 원한. 자객들은 주로 왕이나 고위계층의 사람들을 암살하는 일을 한다. 사극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다. 어두운 밤, 달이 하늘에 걸려있을 때 호위대의 눈을 피해 지붕을 넘나들다가 잠들어있는 왕 주위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본인의 원수를 갚는 것.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분노의 집합체로 인식한다. 하지만 모든 자객이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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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 감독의 영웅(2002)은 사마천의 「사기열전」중 ‘자객열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주인공 ‘무명’이 진시황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자객들에게 찾아가 목숨을 요구하고, 그들을 처단한 공으로 진시황을 만나 암살을 시도하는 이야기이다.


※이후에는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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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무명은 진시황을 죽이기 위해 수십 년간 검술을 연마했으며, 왕을 알현하기 위해 왕의 암살을 시도했던 3명의 자객들을 베었다. 창잡이 장천과 대결하고, 비설과 파검은 장천과의 삼각관계를 이용해 죽였다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왕은 무명의 이야기가 다 허구이며 무명도 자객임을 알아차린다. 무명은 정체를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진왕을 암살하는 것을 주저한다. 그리고 궁궐로 오기 전 파검과 나눴던 이야기를 회상한다. 파검은 무명에게 진왕의 암살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계속 전쟁을 하면 백성만 피해를 입으니 천하를 통일시켜 전쟁을 멈추어야 하며, 그것은 진왕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큰 것을 위해 작은 희생을 견디라는 것이었다.

진왕은 자신을 죽이려한 자객이 자신을 이해해 줬다며 갑자기 자신을 죽일 것을 허락하며 뒤돌아선다. 무명은 진시황을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서며, 왕을 죽이려한 죄로 성문 앞에서 화살비를 맞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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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물, 너무나 다른 묘사
이 영화가 색감이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액션이 있어도, 모든 역사영화가 그렇듯이 역사왜곡의 우려가 있다. 때문에 모티브가 되었던, 자객열전과 비교해보았다.


비교점 자객열전  영웅 
작가/제작자 사마천  장예모 
주인공의 이름 형가  무명 
주인공의 죽음 신체가 토막남  화살비를 맞고 장렬히 죽음 
중시한 점 등장인물들의 사상과 배경  영웅적 행보와 전체주의 
의도 자객에 대한 새로운 평가,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개인 


실제로 자객열전을 읽어보면 영화의 장면들이 무색할 만큼 그들의 죽음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초라하다. 형가(무명)의 죽음은 책에서 세줄 정도는 차지했었나? 게다가 책에서 형가는 끝까지 진왕을 죽이려한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 너무나 큰 차이에 장예모가 오버한 것 이상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심지어 마지막에 영화 속 형가(무명)가 진왕의 암살을 포기하게 된 계기인 파검의 ‘천하’논리는 흔한 전체주의와 국가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장예모의 <홍등>등의 전작을 보면 거의 ‘변질되었다’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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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天下)를 위해 목숨을 바치다
하지만 영화 속 자객들은 사사로운 원한을 생각했다가도 대의를 위해서, 천하를 위해 결정을 다시 생각해본다. 서로 싸우고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모두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그들이 하는 행보는 전쟁터에서 애국심을 가지고 싸우는 전사를 방불케 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더 이상 자객이라 부를 수 있는가. 장예모가 영화의 이름을 영웅으로 정한 것도, 사마천이 형가를 죽음에 대해 조심스러운 인물로 그려놓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고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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