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침없이 아름답게' 닉나이트 사진전 [시각예술]

"나는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지 않는다."
글 입력 2017.03.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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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역 주변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에서는 2016년10월6일부터 2017년3월26일까지 약 6개월 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포토그래퍼 닉나이트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거침없이, 아름답게’라는 제목은 사진에 대한 통념을 깨뜨린 그의 시도들을 아우르는 아주 적절한 표현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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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막바지라 사람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대부분이 이삼십대였고, 닉나이트가 패션 화보의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인지 개성 있는 패션의 일명 ‘패피’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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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의 상당부분은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사전지식이 없어서 오디오가이드에 많이 의존하면서 관람했는데, 짧은 시간동안 그의 사진을 하나하나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됐다.
 그의 사진을 소개하기에 앞서 닉나이트는 어떤 사람인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진에 디지털 그래픽 기술을 과감하게 투입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든 1세대 작가로,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크리스찬 디올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아이디 매거진, 더블유 등 세계적 매체들과 오랜 시간 협업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을 포토그래퍼가 아닌 ‘이미지메이커’라고 칭하면서, 다양한 영역의 경계를 허물며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독창적인 형식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2층에는 그의 초기작 스킨헤드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스킨헤드와 어울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영국 스킨헤드에 대해 기록하고 책으로 된 사람이 없단 말이야? 내가 그걸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스킨헤드는 지금의 백인우월주의를 표방한 것이라기 보단, 런던의 노동자 계층에서 출발한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까지 영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하나의 문화였다. 닉나이트는  1979년부터 3년 간 스킨헤드와 어울려 다니며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 아닌 스타일이나 일상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진행했다.
 닉나이트는 “포토그래퍼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이 겪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다”고 말한바 있는데, 그가 사진을 통해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교류했기에 그들의 자유분방하고 거친 모습들을 꾸밈없이 다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입 속의 타투를 서슴없이 보여주고, 역동적이고 다양한 포즈들을 담아낸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포토그래퍼가 ‘나는 이런 모습을 담아야지’ 하는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모델들이 ‘나는 너에게 이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더 강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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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섹션에는 닉나이트가 패션디자이너 요지야마모토, 마틴싯봉, 질샌더와 협업하여 만든 화보이미지가 전시되어있다. 모델의 얼굴이나 몸매에 치중한 기존의 패션화보와는 달리 닉나이트는 주로 의상에 초점을 맞췄다. 화보의 모델이 나오미 캠벨, 타티아나 파티즈 등 유명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보지 않는 이상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또한 그들의 여성성을 강조하기보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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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 PAINTING&POLITICS 섹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David Toole, 1998〉이었다.  사진 속 모델은 “난 그저 어린 시절 희귀병으로 다리를 잃은 댄서일 뿐, 장애는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David Toole이라는 댄서이다. 처음 작품을 마주했을 때 그가 장애를 가진 사람인지 인식하지도 못했으며 그저 한 마리의 새처럼 아름답다고 느꼈다. 장애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모델들의 당당함과 그들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닉나이트가 만나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I don't have a personal definition of beauty."
"나는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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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층 FASHION FILM 섹션에는 전시를 통해 최초로 선보이는 그의 최신작들로 구성되어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출발하여 이미지를 넘어 영상으로까지 확대된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작품 외에도 아니 어쩌면 작품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신념이 담긴 말이었다. 몇 가지 마음에 드는 말들을 사진으로 담아봤다. 자기 나름의 철학과 신념을 세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지키며 살아가기란 더더욱 힘든 일인데, 그가 세계적인 포토그래퍼로 인정받기까지는 이러한 것들이 바탕이 되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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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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