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패한 기득권층에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 - 연극 '개, 돼지'

글 입력 2017.03.25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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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한 공연은 대학로 연극 <개, 돼지>였다. 2016 제1회 <으랏차차, 세우다>작품 공모전 대상작이자,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드는 '극농장 초록바나나'의 연극이며, 콘텐츠 제작사 '으랏차차스토리'의 2017년 정식 라인업인 이 연극은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에 당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개 돼지 섬네일.jpg
 

 "
나는
개, 돼지가
아닙니다!!!
"


 대다수의 힘없는 민중들 중에는 부패한 세력에 맞서는 이들도 있고, 그저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들리는 대로 믿으며 개, 돼지처럼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 연극은 그 씁쓸한 모습을 단편적으로,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대학로 세우아트센터는 아주 심플한 분위기의 소극장이었다. 이날 공연의 주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연 시작 전의 관객들의 이런저런 이야기에도 적막함과 가볍지 않은 분위기가 맴돌았다. 무대 자체는 굉장히 단순했다. 공간을 표현하는 연출들은 전혀 없었으며, 작품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의상들만이 배경을 만들어주고 있을 뿐이었다.


연극 개돼지 리뷰.jpg

 
 프리뷰를 통해 적었듯, 이 작품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국정 농단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에 나온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고, 더욱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공연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세 가지 이야기가 함께했다. 10년 동안 숨겨져 있던 대학 풋볼팀 감독의 선수 성폭행 사건 <터치, 다운>, 최초의 여성화가이자 여성운동가 나혜석에 대한 이야기<경희>, 5.18 민주화 운동과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대규모 축제<국풍81>이 그것이었다. 다만, 이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3번의 전환을 통해 한 이야기씩 매조지어지지는 않았다. 계속되는 장면 전환을 통해, 한 이야기의 한 사건과 또 다른 이야기의 한 사건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었다. 결국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는 작품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터치, 다운>에서는 약자들이 받는 피해와 고뇌가 그대로 드러난다. 힘 있는 자에게 잘 보이고, 달라붙어 흔히들 말하길 게이트에 속하길 바라는 약자들은 부조리와 부패를 알고도 눈을 감고는 한다. 간혹 누군가는 그것에 참지 못하고 맞서싸우고자 생각하기도 하지만, 약자의 위치에서 강자의 줄에 서게 된 누군가는 함께 있던 약자들을 더욱 짓밟기도 한다.
 <경희>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핍박이 존재한다. 변화를 말하고, 굴복하지 않기를 역설하지만, 이미 약자의 삶에 너무나도 적응되버린 그들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 혹은, 무언가 해내기를 두려워한다. 오히려, 대책을 강구하다가 사회적 편견에 밀려 더욱 큰 좌절에 빠지고 만다.
 <국풍81>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약자들은 기득권층이 만들어내는 환상에 갇혀 그저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생각하고 믿는다. 물론 누군가는 맞서싸우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들을 이용하여 부패한 권력을 손에 넣으려고 한다.
 이렇듯 크게는 세 가지 이야기로 연극 <개, 돼지>는 우리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보이고 느낄 수 있는 일들이다. 부패한 기득권층을 욕하기 이전에, 나는 정녕 개, 돼지가 아니었나. 약간의 권력이라도 부당하게 이용한 적은 없는가, 혹은 그것을 보고도 눈 감은 적은 없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개돼지_연습실스틸 (6).jpg

 
 내용적이나 연출적이나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작품에 포함된 세 가지 이야기에 모두에 적용된 특유의 연기톤이 존재했는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거나 웃음 포인트, 혹은 강조 같은 것들이 아니라 오히려 작품의 흐름을 깨트리고 집중력을 분산시킨 부분이 있었다. 또한 물론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했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산만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작품 구성상 세 가지 작품이 끊임없는 장면의 전환을 통해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승전결이 뚜렷하거나 강조되는 장면이 분명하지 않아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합할 수 있는, 혹은 전체적으로 통괄할 수 있는 매개물이나 이어주는 연결체가 존재했다면, 조금 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준 높았던 배우들의 연기력과 깔끔한 연출 및 구성으로 작품을 관람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있지는 않았다. 이렇다 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이 작품이 전달했던 적나라하고 강도 높은 비판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개돼지] 상세페이지.jpg
 

[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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