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시각예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기 전, 그리고 본 후, 읽게 된다면 영화를 두 배로 느낄 수 있을 이야기들
글 입력 2017.03.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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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다루고 있는 커다란 범위 내에서, ‘가족’이라는 키워드는 제법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각박한 세상 속, 언젠가부터 가족을 소홀히 하기 시작한 현대 개개인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것이 ‘가족’ 키워드의 주 핵심이다. 다큐멘터리 PD에서 영화 감독이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성장’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이 키워드를 빈번히 사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걸어도 걸어도’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특유의 다큐멘터리적 연출법의 가족 영화를 여럿 탄생시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 가족 영화 중 하나로, “병원 측의 실수로 아이가 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오피니언은 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기 전, 그리고 본 후, 읽게 된다면 영화를 두 배로 느낄 수 있을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려 한다. 스포가 조금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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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의 탄생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영화 개봉 당시에 귀여운 일화로 공개되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딸이 하나 있는데, 감독이 출근하려는 길에 딸이 나와, “아빠, 다음에도 또 놀러오세요.”라는 말을 건넸다는 것. 감독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매우 짧아, 함께 사는 집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시선에서는 감독이 집에 놀러오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딸의 인사에 매우 충격을 받아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전부터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상실, 성장, 삶,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적인 방법으로 담아왔다. 예를 들어 ‘걸어도 걸어도’ 같은 경우도 본인의 어머니를 투영시켜 영화를 제작했으며, 소싯적에 다큐 PD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자유로운 동선을 보장하는 연출을 고수해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감독이자 작가로서의 고레에다의 스타일이 가득 담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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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가 아닌 어른의 시선

  영화 속 병원 측의 실수로 아이가 바뀐 두 가족은 케이타 가족과 류세이 가족으로, 영화는 서로의 아들이 바뀐 가족들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부모가 바뀐 상태로 6년을 살아온 아이들의 시선은 제시되지 않고, 오직 케이타와 류세이의 부모들의 시선만, 특히 케이타의 아버지인 료타의 시선을 가장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료타는 가족을 위해 충실히 일하고, 누구보다 아들이 본인만큼 우수하기를 바라는 ‘파더 콤플렉스’다. 아이들의 시선을 배제하고, 친아들과 지금까지 키워온 아들 사이를 고민하는 료타의 모습은 매우 담담하게 담긴다. 그래서 영화 속 사건(두 가족의 아들이 바뀐)이 더 잔인하고,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이는 다큐 PD였던 감독의, 관객들의 감정을 돋우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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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변화 과정에 대하여

  많은 가족 영화들이, 특히 우리나라 가족 영화들이 택하고 있는 방식은 ‘결정적인 한 방’이다. 사건의 원인이나, 사건의 결말이나, 혹은 반전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천천히, 가족 속의 변화를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가족이라는 것이 단방에 느낄 수 있고, 단방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 영화는 사건 배경만을 제시하고, 원인이나 반전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두 가족이 변화해가는 과정만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와 닿는다. 영화의 시작은 11월이지만, 끝은 이듬해 8월이다.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그려내는 동안 영화는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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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큐멘터리

  위에서 계속 언급했다시피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다큐멘터리적 방식’이 잘 투영되어 있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촬영 조명이 거의 없고, 배우들의 자유로운 동선을 위해 인물을 멀리서 잡는 롱쇼트가 많으며, 조연 배우들이 프레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매우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의 주제를 살려내는 재주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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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필자의 감상

  가족영화. 자칫하면 신파극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러한 신파, 신파를 부르는 음악 하나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버린다. 사실 이 영화 내에서 완벽한 아버지, 완벽한 가족, 또 짜릿한 감동과 따스한 치유를 주는 장면은 없다(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히려 어느 쪽이든 저마다의 방법이 있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해도 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매번 상대적으로 성장해간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첫 번째 사회화 기관인 가정마저도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다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전히 부권중심의 가정, ‘아버지’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감독의 가치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라고 여러 번 지적당해왔다. 영화 속 여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아내이자 가부장이 지켜주어야 하는 존재로 그리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인 그림이다. 가족과 성장을 주 키워드로 안고 있는 고레에다 감독인 만큼 이 문제점은, 마땅히 고쳐져야 할 것이다.





포스터·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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