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요함의 소란스러움 - 영화 '라우더 댄 밤즈' [시각예술]

진실이라는 무거운 가치.
글 입력 2017.03.2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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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진실.

 
영화 <라우더 댄 밤즈>를 가득 채운 두 단어.
특별하고 위대한 주제가 아닌 가족 사이에서의 이해와 진실이 영화의 축을 이루게 되는데, 그 방향은 전체적으로 이사벨과 콘래드를 향해 있다.
 

라우더 댄 밤즈.jpg
 

 전쟁터의 실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유명한 종군기자 이사벨.
 그녀는 해외의 전쟁터로 자주 나가야 했기 때문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어려웠고 따로 안식처조차 없었다. 폭탄들이 쉴새 없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사진을 찍어오면, 집에서도 그녀는 그 사이에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파악해야 했다.

 
“너무나도 지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너무나도 그리운 집에 돌아오면
다시 적응해야 하는 일상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또한 이사벨은 그녀의 남편 진을 어떠한 일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신뢰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집은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보다도 더욱 불편한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터에서 터지는 폭탄보다 더욱 큰 소리는 어쩌면 집의 침묵이 아니었을까.

 
movie_image.jpg
 

 이사벨의 남편 진, 아들 조나와 콘래드. 세 사람은 이사벨을 이해하는데 각자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세 사람에게 이사벨은 각자 서로 다른 존재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콘래드에 비해 엄마와 추억이 많고 이제는 아이의 아버지가 된 조나. 그는 남은 어머니의 사진들을 정리하던 중 불륜 을 알게 되었지만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삭제해버린다. 그리고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그는 아직 한 가정의 가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여전히 미숙해보인다. 비록 옳지 않은 방식을 선택한 것 같지만 조나는 그의 가족을 이해하려고 꾸준히 노력한다.
 
 그의 동생, 콘래드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동생을 관찰하고 그의 취미를 공유하기도 하고 그의 가치관이 담겨있는 글을 읽었을 때도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차이를 인정해주고 조언해준다. 그런 그의 노력은 벌어졌던 진과 콘래드의 사이를 완화시켜주기도 하고 가족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

 
라우더 댄 밤즈 진과 콘래드.jpg
 

 진은 조나와 달랐다. 콘래드의 학교 생활을 걱정하여 몰래 뒤를 밟았고 이러한 방식은 그에게 오히려 미움을 샀다. 콘래드의 가치관과 진의 이해 방식이 충돌한 것이었다. 사실 진은 가족 구성원들과 모두 충돌하고는 한다. 세상에 그녀의 자살을 밝히고자 하는 리처드의 뜻을 수긍하고 진실을 콘래드에게 알리려고 시도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조나의 의견과 부딪히기도 하고, 가정과 일 사이에 서있는 이사벨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또한 그는 그녀와 리처드의 불륜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녀에게 직접 말을 꺼내본 적이 없었다. 이사벨이 일과 가정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일까 혹은 말을 꺼낸 순간 그녀가 사라질까봐 겁이 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진은 최대한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고자 했다. 이런 그의 특징을 이사벨이 오해하여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라우더 댄 밤즈 제시와 콘래드.jpg
 

  교통사고로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로 혼자 자신만의 사건 장면을 만들어내는 콘래드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보여진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 학구열의 부재, 친구를 사귀지 않는 모습, 집에서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모습. 진은 그의 아들을 걱정한다.

 
그러나 정말 그는 ‘문제아’일까?
 

 콘래드가 조나에게 보여준 글로 우리는 그만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는 것뿐. 그는 결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타인을 함부로 ‘문제아’라고 정의해버리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용이 부족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우리에게 반성하게끔 한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이해 부재의 상황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갈등을 겪는다고 해서 가족관계가 와해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노력을 알고 있고 후에 그 진가를 발휘하여 의지할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 사실이 영화 <라우더 댄 밤즈>가 나아간 방향이다.

 
라우더댄밤즈 제시.jpg
 

 영화 <라우더 댄 밤즈>는 이사벨의 자살을 몰랐던 콘래드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진의 모습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결국 진이 그에게 알리기 전에 신문에 사실이 실리게 되고, 콘래드는 이사벨 죽음의 진실을 가족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슈퍼마켓의 신문을 보고 알게 된다.
 
어차피 진실은 알려질 것이었다.
리처드가 기고하지 않았어도 그 시기가 다를 뿐 누군가를 통해 진실은 알려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조용하지만 굉장히 무섭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의 마음속에 폭탄보다 더 큰 무언가를 투하하고 가버리는 것이 사실, 혹은 진실이다.
영화 <라우더 댄 밤즈>에서의 진실은 물리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매우 크게 흔들어 놓았을지는 몰라도 세상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진실은 중요하게 작용할까?
 

 라는 의문이 들고는 한다. 우리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되어버린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진실을 탐구하고자 할 때 그 모호함에서 명확함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진실은 여전히 중요하다.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인데, 그의 범위는 작게는 한 사람, 크게는 사회구조가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거나 보이는 모든 것들에 진실은 관여하여 있다는 것이다.
 
무거운 진실을 다루지만 영화 <라우더 댄 밤즈>는 굉장히 잔잔하게 상황을 전개해나간다. 이런 조용함은 오히려 빠른 음악과 긴장이 넘치는 장면들로 진행되는 것보다 마음에 더 큰 울림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울림은 어떤 소음보다도 크다. 세상에 숨어있는 진리들을 조용하지만 소란스럽게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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