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본주의적 유통구조에 내미는 도전장, 음악의 직거래 [문화 전반]

예술에 정당한 가치 지불하기, 그것의 첫 단추
글 입력 2017.03.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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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_-_강남스타일.png
 

  왜 ‘음악성’만을 가지고선 부자가 될 수가 없는 걸까? 지난 2012년 전 세계에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었을 때, 총 수익이 100억인 이 노래가 국내에서 음원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달랑 3600만원이었다. 강남스타일이 멜론과 벅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사이트에 장기간 차트 1위를 점령했을지라도 대규모 자본을 배경으로 한 유통사가 뮤지션에게 배분하는 수익률은 고작 그 만큼이었다. 당시 싸이가 국내 음원을 제하고도 수많은 수익 경로를 확보하고 있었던 상황이기에 크게 이슈화 되지는 않았지만 동일한 배분율이 무명의 뮤지션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것이 한없이 불합리한 구조라 해도 힘없는 음악인에게 이에 대응할 방법은 없었다.

 
이정훈1.JPG
(JTONG, 2집 <이정훈> 커버아트)


  부산을 대표하는 인디 뮤지션 제이통(JTONG, 30)은 그 어떠한 기획사나 자본의 개입을 배제한 채 개인이 운영하는 음원과 음반, 잡화 판매 사이트를 통해 독립적인 유통 형식을 개척하는 중이다. 내가 다른 인디 펜던트 레코드들을 제쳐두고 그를 예시로 삼은 데에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 (결코 그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여러 인디 뮤지션들이 대형 시스템의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그들의 음원 유통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팬 층을 확보하고 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기존의 시스템으로 흡수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국내 음원시장의 현실이다. 2017년의 우리는 멜론이나 벅스가 아니면 수많은 뮤지션들이 땀 흘려 제작한 음악 작품을 감상하기 힘든 경지에 놓였다.
 
  제이통은 이러한 자본의 장벽을 위풍당당하게 부수고자 하였다. 그 또한 대형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유통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제작된 자신의 음악이 대형 시스템 속에서 한 곡 재생에 4.2원이라는 푸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고 이를 개선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보따리를 매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보부상 활동을 시작해 나갔다. SNS를 통해 직거래 예약을 받고 자신의 음악에 ‘제작자가 생각하는 정당한 가치’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만 자체적으로 제작한 음반을 판매하였다. 제이통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음원들 또한 자체 판매 사이트나 사운드 클라우드가 아닌 대형 음원 사이트에서는 감상할 수 없다. 그는 그렇게 대규모 자본의 뮤지션 착취 구조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정훈2.JPG

이정훈3.JPG
(www.ikbuckjtong.com)


  필자 또한 국내의 음원 시스템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져 왔으며 그의 도전 정신에 큰 지지를 보내는 마음을 담아 제이통의 2집 앨범 <이정훈>을 직거래로 구매하였다. 제이통은 그의 음악을 사랑해주고, 그의 음반을 (타 음반의 2배 가격에 달하는) 삼만 원과 기꺼이 교환하는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현재는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음반을 비롯해 부산의 지역성을 듬뿍 받은 자체제작 상품,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합니다’라는 헤드라인을 필두로 내세운 그가 생각했을때 가치 있다 여겨지는 물건들 또한 판매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종종 보부상 활동을 재개하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각광을 받은 배경에는 그의 음악성과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의 유명세뿐만 아니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꼭 목소리를 내어 온 그의 소신 있는 태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의 용기 있는 도전은 분명 올바른 가치를 향한 출발점이 되어 건전하고 합리적인 음악 유통 방식을 구축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대형 시스템이 소비자의 지출을 간소화하는 방법으로 많은 음악의 박리다매형 소비문화를 장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멜론과 제이통 방식의 편리성 또한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거리낌 없이 비싼 티켓 값을 제공하고 영화관이나 연극장을 방문하듯이 좋은 음악을 듣는 데에도 이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예술 소비 활동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일임과 동시에 우리에게 훌륭한 예술 작품을 선사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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