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박과 집착 속에서 피어난 위로, 쿠사마 야요이 '호박' [시각예술]

고통을 예술로써 승화하여 평안의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글 입력 2017.03.22 16:36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982258506_GEFr5Mga_B1B9B8B3C7F6B4EBB9CCBCFAB0FC-B0FAC3B5B0FCC0FCB0E62.jpg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 옥외 조각장에 전시되어 있고, 6월 6일까지 故조성묵 조각가의 《멋의 맛_조성묵》전이 진행되는 과천현대미술관은 서울대공원과 맞붙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유원지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흐르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는 곳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행복’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이 생동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 역시 감정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술품을 감상할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미술관의 위치도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입구부터 로봇 같은 형상을 한 ‘노래하는 거인’이 세워져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도 큰 영향을 끼친 故백남준 선생의 ‘다다익선’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전시실 한 구석에 몸을 완전히 웅크린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랄 수 있지만, 약물 중독을 방지하고자 한 하이퍼리얼리즘 설치물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과연 이 미술관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현대미술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noname01.png

 
  호박 형상에 까만 점들이 줄줄이 찍혀있는 이 작품은 처음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종의 ‘환 공포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 공포증은 아직 심리 질환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일정한 크기의 작은 구멍에 공포를 느끼는 증상이다. 전 세계의 16%가 이 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추산되며, 가까운 일상생활에서도 어떠한 점들이 일정하게 박혀있는 것을 볼 때 혐오감을 호소하는 친구들을 보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호박’ 역시 처음 봤을 때는 징그러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징그러움에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이 작품이 어떤 독특한 정신세계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외형적으로 반복되는 형태의 점들과 강렬한 원색의 대비는 분명 현실의 느낌보다는 상상 속, 환영에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정략결혼 형태로 혼인을 한 부모 밑에서 자란 쿠사마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자주 집을 나가서 아버지의 부재를 절실히 느꼈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훈육가였던 어머니가 쿠사마를 때리고 창고에 가두어 두는 등 매우 잔혹한 훈육을 일삼았다. 쿠사마가 그린 그림에도 비난을 퍼붓고 자유를 억압한 어머니 때문에, 그녀는 정신병 증세를 보이게 된다. 그녀는 집 안에 있던 물방울 무늬의 식탁보를 보고 그 무늬가 모든 사물에까지 번져나가는 환각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을 자신의 작품에 표현해 낸다.


20140505_191923.jpg

 
  쿠사마의 <호박>은 작가의 대표적 특징인 점으로 표현되어 있다. 호박은 작가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일종의 매체이고, 점은 그녀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작품의 주제 의미를 전달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강박과 고통을 드러냈고, 이렇게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고통의 이미지로부터 평안의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보여주고 드러내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예술 활동을 함으로써 얻는 평안을 느끼게 함으로써 감상자와 소통을 이끌어낸다. 이 소통은 감상자가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겪게 되는 것을 넘어, 강박과 집착 속에서 피어난 위로와 평화를 선사해준다.


b14f94e59b3476c0f25eaeed3acfa6a7.jpg

 
  처음에 쿠사마가 작품에 점들을 그려냈을 때는 자신의 가장 아픈 기억과 강렬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고통을 예술로써 승화해내어, 당당하게 자신의 세계를 표출하였다. 그녀가 보여준 세계는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환상적이고 찬란하기까지 하다. 그녀는 호박이 자신에게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주고 어린시절 마음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인 이 호박에 어렸을 때 경험한 ‘아픈’ 점들을 찍어내고, 그 점들을 증식시켜가며 무한을 나타내는 ‘호박’이라는 작품은 작가의 가장 사적인 영역을 드러냈지만, 보는 사람들이 평화를 느끼게 해 준다. 아마도 아픈 기억을 승화하여 보여준 것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또한 아픔으로부터 위로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 아닐까?

 쿠사마는 말한다. “저는 그런 중에 좀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제 의지가 영원히 이어지도록, 제가 예술가로서 살아온 원동력, 사상, 철학을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로 남기고자 예술로써 싸우고 있습니다.”


3531454549_SeDY8Rk1_17022335_005.jpg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최예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서민선
    • ㅠㅠ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