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리운 '천공의 성 라퓨타'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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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많은 사람들의 동심이자 환상일 미야자키 하야오, 즉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모든 작품이 너무나도 재미있지만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천공의 성 라퓨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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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공의 성 라퓨타>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1985년에 만들어 지고 바로 다음 해인 1986년에 만들어진 첫 작품으로 무려 30살이라는 나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위에서 언급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품의 나이에 무색하게도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한 느낌 없이 완벽한 영화이기에 오늘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라퓨타’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걸리버 여행기’에서 접하였거나 어딘가에서 들어보았기 때문에 이 ‘라퓨타’라는 것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섬’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라퓨타’는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하는 전설의 섬으로 등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섬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우선 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이전에 인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 인간에 대하여

  영화를 조금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분들이라면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신비한 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섬을 바라보는 ‘인간’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는 크게 4가지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물론 더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라퓨타에 대한 태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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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는 ‘파즈’ 입니다. 파즈의 아버지는 라퓨타를 목격하고 사진으로까지 남기지만,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 사기꾼 취급을 받다가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라퓨타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푸는 증거가 됩니다. 전설 속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그 증명에 대한 욕구를 가진 그는 아마 가장 보편적인 인간상을 투영한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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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시타’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행석으로 인해 존재조차 몰랐던 라퓨타를 알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라퓨타의 왕족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는 커다란 책임이 생기게 됩니다. 바로 ‘섬의 존속’이라는 문제를 손에 쥐게 된 것입니다. 이미 세상에 알려져 버린 이 비밀의 섬을, 섬의 엄청난 힘과 기술은 결국 악용되게 됩니다. 마지막 그녀의 선택은 30년 전 영화가 나왔을 때에도, 지금에 와서도 우리 인간이 추구해야 할 절대적인 도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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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는 ‘무스카’입니다. 그는 라퓨타의 보물을 탐내는 동료들과는 목적이 달랐습니다. 시타와 같이 라퓨타의 왕족이었던 그는 섬을 소유함으로써 ‘권력’을 갖고자 하였습니다. 땅 위의 인간들을 그의 발 밑에 굴복시키고자 한 것 입니다. 끝없는 기술과 힘의 발전으로 누군가의 위에 서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끝없는 욕심과 어두운 욕망의 투사체가 무스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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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는 ‘도라’와 그녀의 해적들입니다. 이들은 라퓨타의 보물을 원하지만 더 큰 무언가를 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파즈와 시타를 도와주는 따뜻한 면모도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약간의 보물만을 가져온 그들이 웃으며 떠나는 모습이 있습니다.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무스카와는 달리 최소한의 인간애를 지닌 이들에게 인간의 작은 욕심 정도는 허용해준 것이 아닐까요?



# 라퓨타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 주제를 자연과 과학기술을 동시에 품고 있는 ‘라퓨타’라는 상징적인 도구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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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처음 등장하는 라퓨타의 이미지는 실제 라퓨타의 상층부만의 이미지이었습니다. 하지만 파즈와 시타가 곧 알게 된 실제의 라퓨타는 조금 다릅니다. 라퓨타는 2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던 것입니다. 라퓨타의 상층부는 ‘자연’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나무와 풀과 꽃이 있고 새도 존재합니다. 반면에 하층부는 하나의 ‘기계’처럼 보입니다. 그곳에서 라퓨타를 조종하여 엄청난 위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은 사람과 자연을 파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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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개의 층이 붙어 있는 것은 참으로 어색합니다. 생명과 그 생명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해답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해답을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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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우리는 이 떠다니는 섬만을 보고는 선 또는 악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선과 악의 문제는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등장했던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스카가 비행선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한 로봇은 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타에게 조용히 꽃을 내민 로봇은 선이었습니다. 그 둘은 본디 악이었으며 선이었을까요?



# 그리움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그렇다. 하고 규정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며 그리움의 정서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시타와 파즈.jpg
 

  2가지 요소가 그리운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는 OST입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의 OST는 영화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고, 영화와도 아주 잘 어울려 영화마다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잘 형성해 줍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대표적인 OST ‘너를 태우고’의 가사 중 ‘저 지평선이 빛나는 이유는 어디엔가 너를 품고 있기 때문이지’라는 부분은 ‘너’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너’는 라퓨타일 수도, 먼저 떠나 보낸 누군가의 가족일 수도 어쩌면 라퓨타 그 이상의 무언가 일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이 될 수 있는 지 고민하며 멀리 떨어진 지평선에서야 찾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함께하는 이 고민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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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는 ‘라퓨타’ 그 자체입니다. 라퓨타는 전설의 섬입니다. 환상 속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닿을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모습이 구현되어 있으며 파즈와 시타라는 인물들이 그곳을 방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하지 대면하지 못한 그 라퓨타를 간접적으로나마 영화를 통해 만남으로써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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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늦게 잠들어도 되는 날, 이 <천공의 성 라퓨타>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까요.


[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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