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유모 혹은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글 입력 2017.03.2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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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Miss Viv, Mayor, Maior 등 몇 개의 다른 이름을 썼던 비비안 마이어. 대부분은 그녀를 프랑스인이라 기억했지만, 그녀는 사실 뉴욕 태생이었다. 또한, 그녀는 여럿의 아이를 돌보았던 유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죽음과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흑백 사진들을 남긴 사진작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있는 동안, 거의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방문을 걸어잠그는 것과 비극적인 신문 기사를 모으는 것에 집착하던 유모로 기억되고 있었다.



존 말루프 (John Maloof)

역사학도. 동네 경매장에서 시카고의 옛 모습을 그린 사진을 찾기 위해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구입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카고의 모습 대신 거리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은 사진들이 그의 눈에 띈다. 사진의 뒷 면에는 '비비안 마이어'라는 서명이 되어있지만, 이름 말고는 아무 정보도 찾기가 힘든 사진작가에 그는 어느샌가 매혹된다. 이 때부터 사진작가 비비언 마이어의 삶을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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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돌본 유모, 천사 혹은 악마?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 빈곤한 삶을 살며,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했다. 그녀의 생업은 유모였는데, 그녀가 돌본 아이들은 지금 커서 성인이 되었고, 존 말루프는 그들을 인터뷰한다. 다큐멘터리 초반에서 이들은 그녀와 함께 놀았던 기억, 그리고 다른 어른들과는 달리 모험심이 많았던 그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항상 아이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놓지 않고, 언제나 그들의 노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으며, 새로운 곳으로 아이들과 놀러다니기를 좋아했던 그녀. 이대로라면 그녀는 천사 유모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뒷 부분으로 갈수록 그녀의 이상한(eccentric)한 면이 많이 묘사된다. 밥을 남긴 아이의 목을 졸라 억지로 음식을 삼키게 하거나, 떼를 쓰는 아이들을 길거리에 내버려두고 도망가 버리고, 도축장에 아이들을 데리고가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게 하는 등 보통 유모라면 아이들에게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할 그런 일들을 해버린다. 그리고 이들은 비비언 마이어가 정신병력이 있었으며, 매우 어두운 면이 많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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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이에게는 다양한 면이 공존하고, 비비안 마이어의 경우 특히 그 당시 사회문화적으로 여자 유모에게 용납되지 않은 일들을 많이 했다. 길거리에서 부랑자의 사진 찍기나 신기한 옷차림을 고집하는 등. 하지만, 존 말루프는 그녀의 '미스테리'한 면을 부각하기 위해 두 가지 상반된 면을 극적으로 연출하며, 그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잘 알려지지 않고 신비로운 것은 물론 '미스테리'하지만, '미스테리'한 면이 곧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또한, 비비안 마이어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묘사는 이러한 정신병리적 결과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관객들은 비비안의 아픔과 고난에 공감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사진들에서 드러난 인간의 비극에 대한 세세한 관심은 곧 그녀가 가지고 있는 슬픔, 박탈감, 소외감, 고독 과 궤를 같이 할 것이다. 그녀의 예술작품이 기반을 두고 있는 그녀의 이상한(eccentric)한 면이 극적이게 묘사되고, 단정지어 지며, 슬픈 면모가 아닌 부정적인 면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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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신비스러움을 강조하는 대신, 그녀의 예술 작품을 좀 더 탐구했으면 어떨까 싶다.

그녀의 사진들은 다른 기성 예술 사진들과 다르게 인간의 밝고 어두운 면모를 모두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사진을 찍을 때 유지했던 지나칠 정도로 가까웠던 피사체와의 거리가 이러한 주제 의식을 돋보이게 한다. 물론, 다큐멘터리에서도 두어명의 사진 작가와 비평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세계관과 예술관에 대해 분석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을 처음 맞닥뜨린 대중들의 반응은 어땟을까? 그들은 비비안 마이어의 삶을 넘어, 그 사진들에 어떻게 반응하였을까? 단순한 충격, 혹은 호기심이 곁들어진 환호? 갤러리에서 사진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영상에 담겨 있지만, 이들이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자극을 받았는 지는 전혀 드러나있지 않다. 그녀의 고향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화상을 보고 든 생각들은 인터뷰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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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는 애초에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사진 작가'로 인정받게 된 인물이다. 유모로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 기억될 뻔 했지만, 존 말루프가 그의 블로그에 스캔해서 올린 사진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이 모든 '비비안 마이어 찾기'가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대중들이 탄성을 내지르게 했던 그 요소들이 작품 곳곳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숨겨져 있을 것이다. 즉, 다큐멘터리에서 그녀의 예술 세계를 좀 더 면밀히 탐구했으면 싶다.

예를 들어, 다양한 거리 사진작가(street photographer)들을 불러,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 작가 본인과 피사체가 느끼는 감정과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을 통해 거리에서 부랑자나 아이들, 지나가는 연인들을 찍고 그 때의 상황을 재현해볼 수도 있겠다. 과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고 없이, 허락 받지 않고 피사체들의 가장 은밀하고도 극적인 모습을 찍은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그녀는 비밀에 지나치게 꽁꽁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찾는 것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정보를 찾음과 동시에 다큐멘터리에서는 그녀를 이토록 세간의 관심 속에 있게 한 그녀의 작품들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이야기하며, 더 중요하게 다뤘어야한다. 결국 그녀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그녀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존재 이유를 찾았던 비비안 마이어라면 더더욱.


[양유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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