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노래하는 그림과 사랑에 빠지는 시간, 헤몽 페네전

글 입력 2017.03.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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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노래하는 그림과
사랑에 빠지는 시간
헤몽페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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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혼자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함께 온 이에게 쓸 신경을 작품에 쏟을 수 있게 되니 더 온전히 전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전시를 보고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척이나 즐겨 기회가 된다면야 누군가와 함께 하려 하기도 하지만. 혼자 전시를 본다고 해서 아쉬운 소리를 하는 법은 없었죠. 그런데 헤몽 페네 전을 보면서, 처음으로 혼자 전시를 보러 온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헤몽 페네전이 ‘사랑’으로 흘러넘쳤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죠.

헤몽 페네전에 입성하자마자 눈에 띠었던 것은 ‘오늘부터 1일’이라는 문구와 함께 서로 마음을 열어보인 두 남녀였습니다. 헤몽 페네와 제 관계도 그날로 1일째였으니, 절묘하다면 절묘했죠. 그 뒤로 펼쳐진 것은 헤몽 페네의 그림 중에서도 석판화의 세계였습니다. 여러 가지 색으로 채색 된 그림들을 볼 수 있었죠. 

헤몽 페네 그림의 대부분은 음악가, 혹은 시인과 그의 연인의 사랑을 모티프로 삼고 있습니다. 시실 저는 리뷰 할 때 작품 하나하나를 들어서 설명을 하기 보단,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하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이번 헤몽 페네전에선 작품을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나을 듯 합니다. 개괄적인 설명으로는 그 느낌이 살 수 없는 작품들이었거든요.


늦어서 미안해요. 당신의 꿈속으로 달려오던 중 은하수에서 그만 길이 막혔어요..jpg
 
"늦어서 미안해요. 
당신의 꿈속으로 달려오던 중 은하수에서 그만 길이 막혔어요."


우리 만큼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은 아마 없을 거예요. 자, 저들을 보세요..jpg
 
"우리 만큼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은 아마 없을 거예요."
"자, 저들을 보세요"


헤몽 페네 그림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제목’입니다. 상상력과 표현력이 넘치는 그림은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면, 위트 넘치는 제목은 그의 그림을 머릿속에 각인 시키죠. 꿈속에 늦게 찾아온 연인은 ‘은하수’에서 길이 막혔다고 변명합니다. 우리만큼 사랑하는 이들은 없을 거라는 연인의 말에, 물에 비친 이들을 가리키며 ‘저들을 보라’며 반박하는 것도 서슴지 않죠. 마치 연인들끼리 하는 달콤한 말장난처럼. 헤몽 페네의 제목들은 유쾌하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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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작은 곰자리 별에 있는 그랜드 호텔. 
한순간일 뿐인가요? 아님 영원한 것인가요?"


뿐 아니라 헤몽 페네의 그림엔 알게모르게 사랑에 대한 철학 또한 담겨 있죠. ‘별자리’ 옆 그랜드 호텔이란 상상력 자체도 신선한데 ‘영원할까요? 아님 한 순간?’ 이란 질문은 ‘호텔’을 빌어 ‘사랑’의 영속성에 대해서 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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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니트예요. 소매를 달아드릴까요?"


또한, 그의 그림은 상상력이 넘치는 만큼 해석의 여지가 넓습니다. 이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저만해도 두 가지를 생각했는데요. 첫 번째는 연인이, 음악가가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감상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아마 연인일 여인은 음악가가 연주하는 노래를 주의 깊게 들었겠죠. 음표 하나하나를 캐치할 만큼요. 그리고 그 음악에 대한 감상을 다시 그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감상을 전달하는 것을 음표로 짠 ‘니트’로 형상화 한 거죠. 두 번째는 여인 자체가 음악가의 뮤즈라는 겁니다. 연인을 보면 음악이 떠오르는 것을 연인이 음표로 니트를 짰다는 식으로 표현해 낸 거죠.

지금 이 그림을 본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나요? 아마 제가 한 생각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헤몽 페네의 그림은, 또 그의 제목은 이처럼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상상력이 넘치는 그림이니만큼, 그에 대한 해석의 여지도 넓은 거죠. 그 표현력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그의 상상력은 2층에 올라가면 주를 이루는, 채색되지 않은 선화들에서 더욱 도드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1층보다 2층이 더 좋았는데요. 2층의 그림들은 1층의 그림들보다 간단했지만, 그만큼 더 유쾌했으며 ‘사랑’에 대해서 더 진실 되게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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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우리가 꿈꾸던 집을 지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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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본 카프리의 아름다운 석양을 기억하시나요?"


가난해 큰 집에서 살진 못하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행복하다는 연인. 카프리에서의 석양을 다시 보지는 못하지만, 풍선으로라도 그때를 추억하고 기념하고자 하는 연인. 이 모습들은 정말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특히나 카프리의 태양 그림은, 굉장히 간단함에도 어쩐지 볼 때마다 울컥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죠. 풍선을 띄운 게 단지 추억을 간단하게라도 되살리고 싶어서인지, 혹은 가난해서 다시금 카프리로 태양을 보러 갈 수 없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연인과 함께하기 위해 난간에 풍선을 묶는 그 마음만으로도 감동을 주긴 충분했습니다.

또한 저는 2층의 그림들을 보며 이곳에 혼자 온 것을 탄식하게 됐는데요. 아름다운 것은 혼자 봐도 아름답고, 깨달음 또한 혼자 봐도 얻을 수 있지만. 기발하거나 재밌는 것은 함께 ‘공감’해야 그 가치가 제대로 발현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발함과 유쾌함, 위트의 연속인 헤몽 페네의 그림은 혼자 보기엔 어딘지 아쉬운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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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가씨! 사랑의 편지를 쓰고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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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렇게 낭비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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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신혼부부 들이란!"


파도가 인어아가씨의 사랑의 편지는 아닐까 하는 유쾌한 상상력은 물론, 연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약간은 못마땅한. 혹은 질투심 넘치는 장면들을 통해서 그 둘의 넘쳐나는 사랑을 더욱 부각 시키는 그의 기법은 신선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머물게 했죠.

물론, 전시가 만족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헤몽 페네의 그림을 보는 일은 참 즐거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전시에 온 보람이 있었죠. 다만, 전시 구성에 대해선 약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집에 실린 것을 나눠서 따로 전시한 것 뿐이란 느낌이 들었거든요.

특히나 이를 강하게 느꼈던 것은, 1층에서 석판화로 채색된 모습으로 봤던 그림들의 선화 버전이 그대로 2층에 전시된 것을 봤을 때였습니다. 물론 석판화로 채색된 모습과 선화 일러스트는 다르지만, 어쨌든 같은 그림이라면. 1층은 1층대로, 2층은 2층대로 구성할게 아니라 차라리 두 개를 함께 배치해 비교할 수 있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몽 페네의 그림 자체가 하나하나 세세하게 봐야하는 그림이라기 보단, 그 위트와 분위기를 보고 즐기는 그림인 만큼. 같은 그림이 반복되는 순간 약간의 지루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거든요.

2층에서 흘러나왔던 가요 또한 약간 아쉬웠습니다. 대부분의 가요가 ’사랑‘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사랑‘이란 주제로 거른 듯한 가요들은 일부는 전시와 어우러졌지만 일부는 전시와 완전히 따로 놀았습니다. 음악의 음량이 꽤 크기도 했고요. 페네의 그림이 좋은 만큼, 이런 부분들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네의 그림은 사랑스러웠습니다. 당장에 연인에게 연락하고 싶어지는 그림들이었죠. 혹은, 연인과 함께 봤다면 달콤한 말장난을 즐기게 될만한 그림들이었습니다. 어쩐지 설레는 3,4월. 그 설렘을 페네의 그림을 보며 증폭시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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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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