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토박이가 알려주는 진짜 제주
글 입력 2017.03.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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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요즘 제주는 봄철을 맞이하며 여행객들로 북적이어야 할 때이지만, 사드 이후 중국 관광객들의 감소로 조금은 한가한(?) 제주라고 한다. 이를 좋게 봐야 할지 아쉽게 봐야 할지는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주가 ‘관광지’로 유명세를 탄 것은 반세기가 채 되지 않는다. 어릴 적 부모님들의 신혼여행지로 큰 맘 먹고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야 갈 수 있었던 제주가 이제는 손쉽게 갈 수 있는 교통의 용이성이 지금의 발전에 기여했겠지만, 그 이면의 황폐해진 제주의 모습과 난개발로 망가진 씁쓸한 이면도 우리가 직면해야 할 제주임을.
 

이 책은 ‘여행지’로만 인식해 왔던 제주를 우리의 고귀한 ‘땅’이자 지켜야 할 ‘자산’으로, ‘고유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지닌 제주’를 담아낸 책이다. 저자의 애정과 지식 그리고 열심히 발품 팔아 독자들에게 건네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지난 프리뷰에서 적었을 당시 이런 문구를 적은 적이 있다.
 

제주는 저에게 영감을 주는 소중한 곳이다 보니 미술관 여행기과 브루어리 여행기를 연재도 했었습니다. 지인들에게서 '제주를 또 가?' 얘길 들을 정도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가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늘 새롭고 늘 변화무쌍한 매력이 돋보이는 곳입니다.

 
나 역시 제주는 살아야 하고 지켜야 할 ‘땅’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로 인식해 왔던지라,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를 읽으며 사실 뜨끔하였다. 저자가 콕! 집어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제목에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제주 2박 3일, 3박 4일, 혹은 먹방 투어나 출사 추천과 같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여행거리들을 담아 놓지 않았다. 이 책에 나열되는 낱말과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바로 제주의 돌, 나무, 섬, 집, 갈옷, 자리, 제주어, 섬, 해녀 등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숨겨진 장소들의 역사와 순 우리말, 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살아가는 이들, 사물, 자연의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낯이 화끈거렸다. 화려한 제주에 취해 제주를 다 알았다고 영감을 받았다고 했던 나의 언행들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지금이라도 제주를 좀 더 알게 되어서, 모르고 있었던 공백을 채울 수 있어서 말이다.
 

작년 봄, 친한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제주를 찾았고, 이주를 한 내 또래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주민에 대한 거리감에 걱정이 많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또 제주에 원룸을 구하려 내려온 한 대중가수가 월세 가격에 놀라고, 치솟는 제주의 부동산에 혀를 내두르던 한 공영 다큐멘터리를 봤던 기억 때문에 진지해지려고 했던 제주살이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 후로 제주는 조금 멀어져 있었다. 나의 이런 고민에 대한 조언으로 저자는 <원주민이 되려면 그 땅을 먼저 알아야>라는 챕터에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 놓았다.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길 위에 너부러진 정체성을 찾으려 무척이나 애를 쓴다.
제주여행을 다니는 이들도 그러지 않을까.
사실 여행은 그래야 한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 지역의 정체성을
알려는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 – 본문 中
 


토박이가 알려주는 진짜 제주는 중심인 ‘본질’에 더 가까워졌을 때, 우리가 원하는 그 ‘여행’이란 걸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 여행 역시 그렇다. ‘제주’가 어떤 곳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 왔는지, 그리고 그 의미에서 당신이 찾고자 하는 바를 찾게 된다면, 바로 그것이 제주 여행이라고 말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말자. 제주는 항상 아무 조건 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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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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