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대한 개츠비, 목표라는 족쇄에 얽매여 [문학]

글 입력 2017.03.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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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는 각자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게 해 주는 일종의 원동력과 같은 목표가 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대학에 가는 것, 혹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얻는 것 등이 이러한 목표에 해당할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갈망한다. 자신이 세워 놓은 그 목표에 한 걸음 더 도달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힘들고 어려운 순간까지도 참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만을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만 해 왔던 학생들이 막상 대학에 가면, 자신의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헌신했던 어머니가 아이들을 다 키우고 떠나보내면, 그들에게는 목표를 이루었다는 기쁨과 만족감도 잠시, 자신의 생을 투자했던 그 시간과 기대했던 모든 바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어떤 목표는 그것이 목표로 존재했을 때가 오히려 더 행복한 것이다. 막상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면,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그 목표가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하루하루의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환상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가 출판된 배경인 미국의 1920년대는 제 1차 대전 후 물질적인 번영과 풍요를 누리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주의에 젖어 모든 정신적인 가치는 무시당하고 사회의 규범은 무너져, 미국 사회는 극심한 아노미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치와 향락만을 탐닉하고, 돈이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를 신봉하게 된다. 그들의 이러한 행태는 무엇보다도 제 1차 대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국가의 민주주의를 바로잡겠다. 세계의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전쟁에 참가한 젊은이들에게는 이러한 전쟁이 하나의 목표이자 환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막상 참가한 전쟁은 살육이 난무하는 끔찍한 현장이었으며 그들이 생각했던 어떠한 낭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그들의 이전 목표가 부질없었음을 깨닫고 물질이라는 새로운 환상을 창조하여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이러한 젊은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신의 목표인 데이지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개츠비는 오직 돈, 부, 화려함만이 그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와의 사랑을 되찾는 것은 그의 삶에 있어서의 유일한 목표이자 꿈이었고 그에게 그것 외의 다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데이지를 집에 초대하는 데 성공하자, 그가 느낀 감정은 행복함과 환희보다는 오히려 어리둥절함에 가까웠다. 막상 자신이 이루려고 했던 목표가 자신의 앞에 다가오자 그는 ‘지나치게 조였던 태엽이 풀린’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현실 속의 데이지는 세상의 풍조, 곧 돈과 화려하만을 탐닉하는 세속적인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의 꿈인 데이지는 잡을 수 없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이상이었고 그는 그의 상상 속에서 환상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위대한 개츠비」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의 풍조와 그 환상은 우리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 아래 부를 쫓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것을 일종의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나친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곳곳에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돈만을 추구하는 태도 탓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으며, 이로 인해 자신의 이익 외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풍조가 강하다.

  이에 더하여 물질만능주의의 확산은 인간관계의 파멸을 가져왔다.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오로지 자신의 돈이나 이익과 관계하여 사람들을 대하는, 돈에 얽매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현대인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물질만능주의의 목표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 즉 그 목표가 하나의 우상이 되어 그 목표만을 위해 살아가는 태도를 경계하고, 이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 중의 우리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목적을 상실하진 않았는가.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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