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500일의 썸머 [시각예술]

500일, 길고도 짧았던 경험
글 입력 2017.03.1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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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00일의 썸머'


남자의 관점으로 썸머와의 연애를 관찰하는 이 영화는 1일부터 500일까지의 여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결말을 먼저 유포하고 그 사이에 일어난 내용을 전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여자 주인공 ‘썸머’ 를 보고 한 눈에 반한 ‘톰’ , 둘 사이 분명한 것은 그들은 결국 이별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운명을 믿는 톰과 믿지 않는 썸머

“우연은 우주의 이치다!” 톰은 여비서인 썸머를 회사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운명이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동료들에게도 ‘그녀를 만난 건 운명’ 이라며 그녀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인사를 주고받고 손을 잡는 순간까지 타이밍이 맞아 우연히 이루어진 행운으로 여겼다. 그에 반해 썸머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천운이 따라줬다고 하는 일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러한 배려는 그녀의 몫이었으며, 톰은 그 사실을 새빨갛게 모르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확실한 답을 원하는 톰과 원하지 않는 썸머

“나는 진지하고 싶지 않아!”

남자에게 구속 받기 싫어하고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자유로운 여자인 ‘썸머’ 는 톰에게 ‘남자친구가 필요하지 않냐’ 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딱히 남자친구가 필요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아내가 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라고 답변한다. 그녀는 자유로운 독립적인 여성이 되고 싶어했고, 누군가의 소유물, 그러니까 ‘남자의 아내’ 로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누군가의 여자이기를 거부하는 ‘썸머’는 ‘톰’과 친구도, 애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이어간다. '톰'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싫고 모든 이의 관심을 받는 '썸머'는 '애인 사이'라는 분명한 관계를 부담스러워 했다. 자신의 퍼스널 스페이스와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무슨 관계인지 확실히 정의되지 않은 사이를 이어 나가는 톰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톰과 썸머의 균열

톰은 썸머의 스페이스 안에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 썸머의 삶을 낱낱이 파헤치고 싶어하고 썸머와 모든 것을 함께하기 바란다. 썸머는 운명이 따라준다고 믿는 톰에 답답하게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은,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톰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 영화는 ‘사귀자’ 라는 말 없이 연애를 표현하고 ‘헤어지자’ 는 말 없이 좋은 친구가 되자며 이별을 선포하는 영화에 당황스러운 관객들에게 해석을 떠넘기면서도 ‘썸머’는 이기적인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두 번째 관람에 알아채라는 감독의 의도가 깃든 것일 수도 있다.



톰이 면접을 보러 들어가기 전 '어텀'이라는 새로운 여자를 만난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라는 여자의 질문. 톰은 여자에게 차 한 잔 먹자고 먼저 권하게 되고, 운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의 너무 빠진 착각일 뿐이었으며, 누군가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이다.
 

[김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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