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간 30주년: 월간 '출판저널' 494호 (잡지)

글 입력 2017.03.17 23: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출판저널 책표지.PNG
 


"창간 30주년"
출판저널 494호

- Publishing & Reading Network -




2017-03-05 00;58;37.PNG
 



< Review >

   책은 무엇인가.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이고, 누군가의 경험이자 고백이며, 쉽사리 끝나지 않을 질문들의 기록인 동시에 그 자체가 문제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그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해 보자.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책상에 바싹 붙어 앉아 하루 온종일 단 한번도 엉덩이를 떼지 않고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펜을 물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글을 쓰기 위해 이 동네 저 동네 동해번쩍 서해번쩍 바쁘게 취재하러 다니는 모습이? 그것도 아니면 앉은 자리에서 술술 글 하나를 써내려가는 천재의 휘광이? 그래, 누군가에겐 그저 멋져 보이는 로망일 수 있겠지만 완벽하게 단편적인 상상이다.
 
  책은 철저하게 근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즉, '상품'이다. 구술로 전해지던 공중의 '이야기'였던 것이 인쇄술의 발전으로 인해 대량생산으로 이어져 오늘날의 e-book 형태까지 온 것이다. 생각과 표현이 문자화되자 이것이 '돈'이 되었다. 이야기는 특정 주인(저자)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출판하는 출판업과 유통망, 즉 독서 시장이 발생했다. 그냥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과정은 엄청난 문화혁명이라 할 수 있다. '묵독'의 시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구전이 아닌 두 눈으로 직접 저자의 목소리를 접촉하는 것이 의미하는 건 매우 크다. 묵독은 철저하게 개인의 상상력이 필요한 행위이며 그것은 내면의 발견, 즉 개인 주체의 발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창작주체와 수용주체가 1:1의 관계가 됨으로써 독서가 '단독행위'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책은 작가 혼자만으로, 이야기 자체만으로 세상 빛을 볼 수 없다. 전문 작가와 서점, 출판계와 유통망이 모두 동원되어야 한 권의 '책'이 진열대 위에 전시될 수 있고 독자는 그것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흥미롭다. 상품으로서 철저하게 자본주의 체제에 몸을 담아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이 체제의 논리를 신명나게 비판하고 분석하고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모순적인 장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라도 '책'은 (진부한 말이지만) 당대의 정신과 혼돈, 각성이 담긴 '문화'의 집약체다. 그 자체가 문화 콘텐츠이면서 독서행위를 하는 모든 개인들에게 문화를 전도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문화의 행로를 만들어 가는 데에 있어 출판사들의 책임과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월간 잡지 <출판저널> 494호에도 그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보인다. (출판, 산업과 문화 사이에서: 책을 팔 것인가? 가치를 팔 것인가?_ p 40~41)


KakaoTalk_20170317_200510953.jpg
 
KakaoTalk_20170317_200511672.jpg
 

  올해로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출판저널>은 '출판산업의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담론을 생산하고, 신진 필자 발굴, 출판현장에서 일하는 현업전문가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고, 책 생태계의 다양성이 지면에 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번 3월호 역시 송인서적 부도 사태를 비롯한 출판계의 전반적 분위기와 열악한 현실, 허술하고 무책임한 국가 지원책, 신작 소개 및 추천 도서, 출판계가 주목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동향 등로 꾸며져 있다. 감각적인 외관으로 감수성과 소유욕을 자극하는 요즘 잡지들과는 다르게 디자인 면에서 굉장히 투박하긴 하지만 <출판저널>은  당사의 기획 의도와 매우 맞아 떨어지는 정보성 콘텐츠들을 알차게 구비해 두었다.

  산업과 문화 사이에서 난감하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출판계의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페미니즘'과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최근의 정치/사회적 흐름에 관련된 출판동향, 편집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신간 도서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 등 출판 현장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망라하여 소개한다. 에필로그에서 '문화산업의 근간인 출판은~'이라며 그럴듯 하지만 공허한 멘트를 외치는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후기도 무척 흥미롭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산업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다. 다만 그 자부심을 타인에게 이야기할 때는 상대가 공감할 만한 지점이 필요하다. 나는 출판인들이 (특히 출판사 관계자) 당위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대중들이 공감할 만한 출판사들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당위적이고 강한 어조로 정부는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나 많은 대중들과 소통할 수는 없다. "

_ p. 179 <출판저널> Epilogue '대중들은 출판이 문화산업의 근간이라고 생각할까?'



  <출판저널>의 철학에 맞는, 지금과 같은 내용들로 지면을 구성하는 것을 계속 응원하고 싶다. 이쪽 세계가 갖고 있는 자부심과 독서문화의 확장 및 발전을 위한 치열한 투쟁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떨어지기 십상인 조건들 속에서 탄식과 안도, 부끄러움이 섞인 하소연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들. 출판이 뭐고 책이 뭐다, 라며 나도 앞에서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그렇게 글을 쓴 나도 정작 이 세계에 기대어 적당히 소비만 할 뿐 제대로 아는 것은 없다. 하나의 스토리가 선택되고 가공되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공정에서,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헤아리기 힘든 뒷배경을 <출판저널>로 짚어봤다. 무너지는 것들이 많았다. '책을 읽는다'라는 것이 문화를 소비하고 개인을 성장시킨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것도 있겠지만 '문화애호'라는 넓은 관점을 가지고 '전반적인 출판 구조를 읽는다'는 목표로까지 의미가 확장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을 보탠다면, 에디터 중심의 콘텐츠들도 충분히 좋지만 도입부의 '책 바깥에서 ESSAY'와 같은 소소한 글이나 문화평론가/문학평론가의 논평을 더 다양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
<출판저널> 구독을 원하는 독자는,
02-313-3063으로 신청하면 됩니다.

연간 정기구독료는 12만원입니다.


관련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journal_1987)



[김해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