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토박이가 알려주는 진짜 제주 (도서)

글 입력 2017.03.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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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가 알려주는 진짜 제주"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by. 김형훈

출판사
나무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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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파라다이스, 휴식, 여행. 훌쩍 찾아가 잠시 머물며 쉬어가기 좋은 곳. 제주도를 찾는 많은 이들이 '섬'생활이라는 막연한 라이프 스타일을 떠올릴 때, 한적하고 평화롭게 바닷 바람을 쐬며 현대 도시의 시간 개념에서 벗어나 걱정 없는 나날을 보내는 것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아주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말이다. 쉽게 갈 수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낙원 같은 모습으로. 

  단순한 생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어떤 누구라도 일상을 벗어나 '떠남'을 감행한다는 것은 이곳에서는 겪을 수 없는, 상상조차 편하게 할 수 없는 다른 것을 경험하겠다는 기대와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뭍사람으로 태어나서 뭍에서의 행동 양식과 사유 방식에 몸이 익은 자라면 섬생활에 대한 로망이 다분히 환상적일 수 밖에 없다. 이곳과는 다른 햇살, 바람, 풍경, 사람. 어쩐지 시간도 다르게 흘러갈 것만 같고, 나를 일상이라는 쳇바귀에 넣고 굴리는 무미건조한 환경이 아닌 따뜻하고 너그러운 위안이 있을 것 같은. 전혀 다른 차원에 놓인 시공간을 상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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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어쨌든 제주도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곳만의 치열한 생존 방식이 있고 그렇게 이어져 온 시간들이 축적된 역사가 있고, 섬이기 때문에 느낄 수 밖에 없는 고립감과 육지에 대한 동경이 있다. 여행의 목적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제주도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제주도의 진짜배기, 본래적 민낯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제주도는 그런 곳이 아니야>의 저자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날이 갈수록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부인의 수가 급증하고, 땅값을 비롯한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관광지로서 제주도가 지닌 최대 특수성인 자연문화가 심각하게 파괴되어 가고 상황이다. 이미 사라지고 변형되어 더이상 제주의 것이라고 하기가 민망한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기염을 토하며 '이것이 제주도야!' 흥분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의 탄식이 훅훅 다가온다. 회복되기를 빌 수 조차 없게 된 장소도 많아지고 심각한 위협 받고 있는 생태환경과 지역문화들도 늘어만 가는 앞에서, 그래도 여전히 옛 정취를 더듬으며 제주가 지닌 맑고 소박한 가치들을 구구절절 설명하는데 마치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 제주 주민의 표정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현대인들이 부쩍 관심을 쏟고 있는 '낭만적 삶, 감각적인 일상'에 대한 맹목적 심취를 굉장히 경계하는 것으로 보였다. 공감한다. 사물과 장소, 현상에 대한 심미적 접근은 굉장히 좋은 태도이다. 그러나 그것이 순전히 '감상'만을 위한, 본질을 무시한 행위일 경우 위험하다. 그런 관조적 성격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무책임이 오늘날의 파괴된 제주를 만든 것이 아닌가. 어쭙잖게 복원해 놓은 환해장성의 모습이나, 사라진 포구들, 저 뒤켠에서 퇴색되어 가고 있는 제주도 전설과 신화들, 가는 곳마다 눈에 들어오는 개발현장들, 원주민을 몰아내는 이방인들.  

  <제주도는 그런 곳이 아니야>는 읽는 이에 따라서 깊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도 있고 혹은 너무 옛 것에 빠져서는 이럴 수 밖에 없는 오늘날의 현실적 상황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탐탁지 않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현재는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에 있는 저자가 책까지 써가면서 그저 하는 소리가 단지 하소연의 의미밖에 없겠는가. 내용에 대해 비판할 부분이 있다면, 제주도를 방문하고 제주를 사랑하는 외부인들이 제주의 현실에 대해 좀 더 세심한 자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가 아니라 제주도가 심각한 산업화를 통해 거대 자본의 급류에 휩쓸리게 되고 국방부의 일방적 추진으로 해군기지까지 세우게 되며 '공생과 평화의 섬'이라는 정체성을 파괴시킨 사회적, 제도적 차원의 방치와 몰지각에 관해서 강한 어조로 언급해야 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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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시작하는 말

1부 돌, 제주의 미
예술이 된 제주인의 죽음 #산담
지극히 현실적인 행동의 결과물 #밭담
열리면서도 닫힌 공간 건축의 백미 #올레
바다를 품에 안은 검은 돌의 매력 #포구
단순함의 극치, 돌 조각의 으뜸 #동자석
죽지 않기 위한 제주인의 몸부림 #환해장성
“내가 바로 지킴이지” #돌하르방·방사탑

2부 냅둬요, 지금 이대로
제주를 알고 싶을 때 들르는 곳 #신흥리 오탑
서불이 왔다는 설화를 간직한 땅 #대평리
해안에서 만난 용 한 마리 #질지슴
자갈과 제주 돌의 오묘한 조화 #신지방코지
모세의 기적이 하루 두 번 일어나는 곳 #썩은섬
은어의 숨소리를 들어보라 #강정동

3부 거기, 가봅디가?
어머니의 품을 닮았다 #용눈이오름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있는 곳 #조개못
도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 #솜반내
버려진 민물의 놀라운 환생 #논짓물
마구잡이식 개발 바람에 운다 #조간대
마을사랑을 가르쳐준 곳 #금산공원
고통의 산물 ‘눈꽃’ 그야말로 일품이네 #한라산
생명의 보고 #곶자왈

4부 사람과 제주
제주여성의 시조가 도착한 곳 #온평리
자청비의 신화에 먼저 빠져보자 #물맞이
이중섭이 소의 이미지를 완성시킨 곳 #이중섭 문화의 거리
차로 시작된 초의선사와의 인연 #추사 유배지
제주의 어머니 #제주해녀
노동복에서 생활복으로 화려한 변신 #갈옷
제주에서 극진하게 대접받는 생선 #자리
세찬 바람을 이겨낸 집 #제주초가
제주사람들의 마음의 고향 #신당(神堂)
걷다 보면 시름 잊는 산사 가는 길 #석굴암
이방인의 의지가 만들어낸 역사(役事) #테시폰
까칠하고 투박한 제주인의 얼굴 #옹기
제주도 사람은 언어의 마술사 #제주어
제주도를 닮지 않은 또 다른 섬 #추자도

5부 하고 싶은 얘기들
역사란 이름으로 말하리 #제주4·3
원주민이 되려면 그 땅을 먼저 알아야 #이주민
제주도가 아닌 곳 #월정리
로마 ‘센트리코’는 제주에선 안 되나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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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김형훈 지음 | 펴낸곳 나무발전소
발행일 2016년 4월 15일 | 여행에세이 | 판형(152*215) | 신국판 무선| 312페이지
정가 14,800원 | ISBN 979-11-86536-38-4 13980
연락처 02-333-1962, 333-1967 / 010-4326-7886 | 담당자 김명숙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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