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임꺽정, 그가 온다'_이 시대의 임꺽정을 떠올리며

글 입력 2017.03.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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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꺽정, 그가 온다’는 단순히 그 당시 사회의 일이 아니었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일어났던 당대 민중들의 모습에서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연상되었다. 실제로 무능력한 왕의 모습을 박근혜 연기로 표현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힘 있는 자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기 위해 투쟁하던 민중의 모습은 전국 곳곳에서 추운 겨울에도 촛불을 밝히던 많은 국민들의 모습과 다름 없었다. 비슷한 맥락의 일들이 더 나아지지 않고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공연은 그렇게 답답한 내용들만을 전하지는 않는다. 이를 그보다 더 큰 민중들의 활기와 웃음으로 전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둘 이상이 모이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노래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줄거리는 이러한 노래가 암시하듯 온갖 나쁜 짓을 일삼고 약자들을 괴롭히는 이들에 대항하여 결국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뻔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것들을 각종 재미있는 요소들로 잘 버무렸고, 뒷내용을 예상할 틈도 주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공연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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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와 피리, 북, 장구, 꽹과리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악기들이 뮤지컬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고유의 악기들로 인해 더욱 그 옛날의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런 연주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던 것도 즐거웠다.
중간중간 나오는 탈춤이 실제 전래되는 탈춤을 소재로 구성된 것이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탈춤 동아리에 몸 담았던 적이 있어서 강령 탈춤의 장단이 귀에 익었는데, 그걸 공연에서 직접 보게 되니까 정말 반갑고 신기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봉산탈춤의 제 6과장인 말뚝이가 양반을 희롱하는 장면도 직접 보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배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았다. 수업에서는 이런 극을 통해 양반을 풍자, 비판했다는 것을 배우지만 거기에서 그칠 뿐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통해서는 어떤 맥락에서 이런 극들이 행해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적인 내용들을 배우는 것 같아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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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볼거리도 화려해서 즐거웠다. 스크린이 등장해서 그림자를 이용해 특정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고, 인형을 이용하여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연기하기도 했다. 마치 ‘왕의 남자’에 나왔던 인형극처럼 우리 나라에서 행해졌던 새로운 극 형태를 보는 것 같아 볼거리가 한층 풍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 인형들이 등장인물들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은 높은 관직의 탐관오리들을 나타낸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내용과 상통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공격 무기가 아닌 북을 이용하여 관군들과의 공격을 나타내는 것도 색달랐다. 북을 힘차게 내리치는 그 자체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고조된 감정을 잘 표현했지만, 동시에 그렇게 북을 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모습도 잘 표현되어 전장이라는 것이 더욱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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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는 같은 배우가 옷이나 소품을 바꿔가며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무대 뒤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 무대의 양 옆에 앉아 있다가 등장하곤 했다. 이 덕분에 무대를 좀더 넓게 쓸 수 있기도 했고, 더 빠른 인물 교체가 가능해서 속도감 있게 극이 전개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배우가 계속 보이니까 극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했고, 등장과 퇴장이 너무 잘 보여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무대 전체를 사용하는 부분이 새롭게 느껴졌고, 암전 한 번 없이 연극이 끊기지 않게 진행되었기에 공연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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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와 함께 관람했는데, 극이 한국적인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어서 좋았다. 친구도 뮤지컬을 처음 본다고 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혹시나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교육용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책에서나 보던 봉산탈춤의 한 과장을 직접 본 것도 좋거니와, 조선 후기 양반의 권위가 약해지고 전국에서 농민들의 봉기가 일어나던 역사적 상황을 공연으로 더욱 실감나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보다 탈춤 동아리에서 우리끼리만 추고 즐기던 탈춤을 이렇게 실제 공연에서 보게 되어 정말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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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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