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것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연애 [문학]

글 입력 2017.03.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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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을 기다려왔다. 그 이유를 말해보자면 첫 번째로 <연애;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이라는 책 제목에 무척 공감했고, 그래서 첫인상부터 이 책이 퍽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테마파크남’이라던지 ‘정서적 게이’라던지 하는 새로운 단어들이 무얼 뜻하는지 당최 감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연애에 관련된 지침서라던지, 에세이 등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순탄한 연애를 하는 것, 혹은 울퉁불퉁한 연애를 하는 것은 똑같은 사람이더라도 그가 누구를 만나느냐, 그리고 어떤 상황이느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든 연애만을 주구장창 하던 누군가는,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해서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도 주구장창 힘든 연애만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자 위험한 일반화다.

  연애 지침서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이 책을 기다려왔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연애 지침서에 대한 선입견들을 깨버릴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서 아직까지는 그 선입견에 금조차 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이미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이 여실히 보여졌겠지마는 나는 이 책에 공감할 수 없었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생각은 책을 읽는 동안 옅어졌다, 짙어졌다 했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아무래도 옅어지기보다는 짙어진 쪽에 속했다.





  우선 작가의 프롤로그를 보면, 그는 남중 남고를 거쳐 여자를 잘 모르던 때가 있었지만, 그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무지로 인한 이별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연애를 하고 또 했다고 했다. 여자의 입장에서, 그의 다짐은 참 고맙고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애를 알기 위해 연애를 했다는 것’ 또한 흔히들 당연하게 생각하는 논리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저런 연애를 많이 해서 ‘여자를’, 연애를 좀 알 것 같다고 말한 대목에서 나는 ‘읭?’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나의 생각에 그가 다수의 연애경험 후에 알게 된 것은 정말 지속적인 연애가 아니라 언젠가 끝이 있고 다시 시작이 있는 전형적인, 어찌 보면 뻔한, 그런 연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애를 모를 때는 감정이 넘쳐났고, 연애를 알고 난 이후부터는 감정이 사그라들었다는 것 , 그러니 누군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 이것은 자신의 감정상태에 대한 지나친 확신 같았다. 수많은 연애를 통해 감정이 사그라든 그도, 다시 그의 감정을 살리고 활활 불타게 할 사랑이 언제 찾아올지 장담할 수 없다. 그의 확신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앞으로 사랑을 하기를 바라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연애는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 책이 정작 말하는 것은 거꾸로 ‘연애는 모든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일수도 있다‘인 것 같았다.

  나는 저자가 알고 있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했듯 ‘뻔한 연애’와 ‘자신의 연애’이지, ‘여자’라던가, ‘만인의 연애패턴’을 알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따라서 정말 전형적인 연애 단계에 대해 그저 ‘알고 싶은’, ‘내가 한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해서 그 단계가 궁금한’ 사람이 읽어야지, 이 책으로부터 나의 세세한 상황에 따른 솔루션을 얻기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연애 지침서에 대한 견해’ 중 하나를 이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데, 연애 지침서를 100퍼센트 믿어서는 안 된다. 그저 참고가 필요하거나, 자신의 연애상황에서 벗어난 제 3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말하기가 힘들 때, 이 책을 찾는 것 정도는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과 디자인, 그리고 가독성은 훌륭한 편이다. 이 책을 진지하게 들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애란 여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을 떠나는 것과 같다’라는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읽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는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마다 공감이 되는, 훌륭한 책이 될 수도 있겠으며, 나도 언젠가 내가 사랑의 감정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쯤에는 이 책이 위로나 공감을 건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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