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소를 자아내는 그의 사랑, 헤몽 페네 Amor;사랑展 [전시]

글 입력 2017.03.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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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목요일, 이제야말로, 이제는 정말로 사랑만을 이야기하자고 조용히 건네는 헤몽 페네를 만나려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떠났다. 아직은 조금 쌀쌀했지만 내리는 햇살이 참으로 부드러웠던,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좋은 날이었다.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좋은 날이란 딱히 정해져있지 않지만 헤몽 페네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전하는 감정만큼은 초봄과 같은 풋풋하고 유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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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몽 페네의 이야기로 문을 열게 된 그 ‘특별 전시관’이란 어린이박물관 주변에 세워진 TAG (The Art Gallery)다. 디아트갤러리는 요즘 핫하다는 건축 트렌드인 컨테이너 건축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나는 창동 플랫폼61이나 혹은 건대 커먼그라운드처럼 큰 외관을 기대했으나 디아트갤러리는 짜투리 공간에 쏙 들어간 듯 한 소규모의, 말 그대로 딱 전시관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아기자기함이 ‘일상 속 문화예술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행복한 삶’이라는 디아트갤러리의 모토와 잘 어우러지며, 어찌 보면 좁은 공간 속에서도 야무지게 전시와 체험까지 톡톡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 향기가 가득찬 프로그램 부스를 지나고 나면, 비로소 헤몽 페네가 그린 사랑 이야기들로 가득한 공간이 나온다. 헤몽 페네는 1908년 파리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작가로, 파리 산업장식미술학교를 지나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초콜릿, 상자 라벨 등을 통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수 많은 실전들을 거쳐왔다. 그런 그가 ‘사랑’, ‘연인’, ‘결혼’에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프랑스 남동부 발랑스 시의 야외 음악당 앞에 있던 어린 바이올리니스트와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포착한 페네의 스케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기쁨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의 시작이 되었다. 그림 속 바이올리니스트는 시인이 되었으며, 바이올리니스트를 바라보던 소녀는 그 시인의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바로 페네가 그린 연인들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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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해요, 당신의 꿈속으로 달려오던 중 은하수에서 그만 길이 막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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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네의 그림 옆에는 시인지, 제목인지, 어쩌면 노래 가사와 같이 부드럽고 통통 튀는 문장들이 적혀있다. 이 깜찍함과 유머러스함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의 그림은 어느 때는 풋풋하고 어느 때는 편안하며, 어느 때는 불에 달아오른 듯 조금은 발칙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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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사랑은 항상 좋은 일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혼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끝 없는 타협과 양보의 연속이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아픔들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네는 항상 사랑의 행복과 기쁨, 평화로움, 반짝거림 등만을 이야기한다. 혹자는 이러한 페네의 작품들이, 그리고 이러한 전시가, 사랑의 부분만을 이야기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테다. 하지만 우리는 페네의 이런 밝기만 한 작품들이, 결코 밝지만은 않았던 시대에 탄생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페네의 작품은 1930년대 세계 공황과 2차 대전으로 인해 더욱 삭막하고 황폐화되었던 사람들의 마음에 다시금 사랑이라는 희망과도 같은 꽃을 피워주었다. 그리고 그 꽃은 오늘날까지도,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과 또 사랑을 찾는 누군가에게 향기를 뿌리고 있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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