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코패션의 반란, 리디자인(Re-design) 아이템 [시각예술]

친환경적 상징성과 세련미 모두를 갖춘 바로 그것
글 입력 2017.03.1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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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shion과 Eco friendly. 두 단어는 물과 기름처럼 도무지 하나가 되기 힘들었다. 아마도 이전부터 지속적인 사회적 이슈가 되어 왔던 의류용 퍼(fur)와 가죽의 비인간적인 취득 공정, 그리고 섬유의 원재료가 석유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이 그것의 원인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한 애견 전문 부띠끄에서 밍크와 여우 가죽으로 제작된 명품 애견의상을 판매하고 있어 환경적·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새로운 섬유 공장의 건립과 이전에는 항상 님비 현상(Not In My Backyard)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지금 친환경적인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나조차도 살아있는 하프물범의 가죽을 벗기는 글에는 공감 버튼을 누르면서 옷장 속 가장 큰 보물은 폭스 워머인, 심각할 만큼이나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특정 카페 커피빈의 공정무역 여부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한 벌의 옷을 구매할 때에 그 재질이 친환경적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각종 괴담과 더불어 구제 의상과 재활용된 섬유로 제작된 옷을 꺼리는 사람과, 친환경적인 소재의 옷은 내구성과 보온성이 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믿음의 등장은 소비자의 시선을 에코 패션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진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에 대한 모순적인 갈망은 자연스럽게 에코와 패션 사이의 간극을 넓혀 나갔다.

얼마 전 친구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도중 “친환경적인 의상이라고 하면 새싹이 그려진 캠페인 의상과 쌀 포대만 떠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얼핏 들었을 때 피식 웃음이 나오는 발언이긴 하지만 부정할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에코패션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상징성과 트렌디한 디자인의 충돌이다. 에코패션 아이템에 해당하는 의류나 잡화들은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세련된 스타일이 동시에 요구되지만 둘을 한 번에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 중 비교적 큰 인기를 끈 상품인 에코백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지녔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많은 물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소재의 특성 때문인지 본래의 목적인 쇼핑과 간단한 외출용 등 한정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에코패션이 친환경적 상징성과 세련미 모두를 갖출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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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번쩍 손을 드는 주자는 바로 리디자인 패션이다. 말 그대로 기존에 제작된 상품의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템을 만들어 냄을 뜻한다. 현수막, 트럭 덮개, 폐기된 천막, 그리고 폐타이어 등 우리 주변의 무수한 쓰레기들은 썩는 데만 100년 이상 걸리는 애물단지로 자리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들의 튼튼한 재질적 특성과 고유의 색상을 눈여겨 본 몇몇 디자이너들은 이것을 에코패션의 가치를 살리면서 독특하고 세련된 잡화로 재탄생시켰다. 대표적 브랜드인 프라이탁을 예로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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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감성 쓰레기’로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라이탁(FREITAG)의 경우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그들만의 공정을 통해 버려진 트럭 덮개를 주 재료로 빈티지한 메신저 백을 생산해 내고 있다. 재활용된 원자재 자체의 질감과 감성을 그대로 살리기 때문에 새 상품임에도 마치 구제와 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더한 빈티지한 매력(aka 허름함)을 선사한다. 일부 상품에는 스크래치가 나 있거나 영구적인 검은 때가 더해져 원단이 거쳐 온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해당 가방을 처음 접한 이들이 우스갯소리로 코스트코 장바구니와 비슷하다 말할 만큼 ‘재활용’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 말인즉슨, 친환경적인 가치를 시각적으로 공유하기에도 탁월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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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탁의 제조 공정)


한편 프라이탁의 가방과 전자기기 케이스가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는 각각의 제품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재화와 같이 한 가지 디자인만을 가지고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제품이 아닌, 시리즈별 포맷을 토대로 재활용 될 소재 각각의 텍스처와 문양에 맞추어 개별적으로 제작된 잡화로 생산된다. 이러한 특수공정 때문인지 상품 가격은 꽤 나가는 편이지만(메신저 백 20~70만원) 그것이 지니는 친환경적 의의와 디자인적 특수성을 고려해 본다면 이를 절대 사치품으로 취급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필자 또한 한 스트릿 패션 사이트에서 프라이탁을 처음 접한 후 동 브랜드의 마이애미 쇼퍼백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 친화적인 소비를 했다는 뿌듯함에 멋스럽고 편하게 들기 좋은 활용도가 더해져 그런지 가방에 민감한 나의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편리한 수납과 감성적인 디자인, 그리고 질긴 재활용 소재들에 기인한 내구성은 에코패션의 가치를 논외로 둔다 해도 프라이탁의 가방을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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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사이클링 디자인 브랜드 RE;CORD의 쇼퍼백)


최근 프라이탁 이외에도 많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패션 전공 학생들이 운영하는 마켓에서도 원단을 재활용하거나 새로 개발된 친환경적 소재를 사용해 다양한 세련된 잡화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세대를 아울러 선풍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미니멀리즘이 이런 ‘착한 디자인’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패션 또한 그 자체로,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입고 걸침으로써 하나의 예술로 자리매김한다. 예술은 언제나 그것이 전하는 일련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 메시지는 개인적일 수도, 사회적일 수도 있다. 물론 좋은 예술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보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예술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는 인류 보편적인 긍정적 가치에 기여하는 것일수록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우리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좋은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좋은 예술을 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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