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전통'이란 이름으로 '전통'을 죽이지 않기 위해- 2017 리컴포즈

글 입력 2017.03.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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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란 이름으로
'전통'을 죽이지 않기 위해
2017 리컴포즈


2017리컴포즈_포스터_최종.jpg


“재즈를 사랑한다는 너같은 애들이 재즈를 죽이고 있는 거야. (중략)
 넌 과거에 집착하지만, 재즈는 미래에 관한 거라고.”


제가 영화 라라랜드를 보면서 굉장히 인상 깊게 들었던 대사입니다. 정통 재즈만을 고집하며, 현대적으로 변용된 재즈는 부정하던 세바스찬에게 키이스가 한 말인데요. 저는 이 대사를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재즈가 ‘혁명’을 나타낸다는 장르적 특성이 있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위 대사는 ‘전통’이 존재하는 모든 장르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흔히 ‘전통’이라 하면, 무조건적으로 ‘지킨다’는 말이 따라붙게 됩니다. ‘전통적’인 것은 이미 ‘지켜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린 거죠. 물론 전통은 지켜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키고 보존해나가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그 전통 또한 ‘문화’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문화는 기본적으로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창작자 개인의 인식 또한 당대의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작품이 ‘매력적’이기 위해선 당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어야만 하니 말입니다.

전통이 가치 있는 건, ‘예전에 만들어졌고’ ‘예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해 결국 누구에게도 소비되지 못한 문화는 그 흔적을 남기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것이 현재까지 남아있고, 보존 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전통문화’가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공감으로 그 가치를 얻은 ‘전통’. 하지만 전통을 그저 지키기만 하면 전통은 ‘전통’이 될 뿐입니다. ‘문화’가 될  수 없죠. 과거의 영광만을 안은 채, 현대인들에겐 잊혀지기 일쑤죠. 전통이 ‘당대’를 뛰어넘어 ‘우리’ 본연의 의식을 담기 위해선, 더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전통 또한 ‘문화’로 존재해야합니다.


2105년_리컴포즈_사진 국립극장.jpg

 
본연의 모습은 분명히 보존하고 지키되, 현대인들의 공감 또한 얻을 수 있도록 변용하는 과정 또한 꼭 필요한 거죠. 이런 관점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리컴포즈가 가지는 의미는 큽니다. 국악은 서양 음악에선 볼 수 없는 수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매력을 간과하죠. 하지만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국악을 연주한다면. 그 인식의 틀을 쉽게 깰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이번 리컴포즈는 서양음악적 뿌리를 가진 4명의 작곡가들이 작곡했는데요. 어느 분야든 ‘다른’ 장르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으로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가 창출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저에겐 이번 리컴포즈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물론 모든 음악이 다 그 가치가 있고, 아름답겠지만! 제겐 ‘수제천’, 즉 ‘정읍사’가 제일 기대됩니다. 달하 노피곰 도드샤, 로 시작되는 정읍사. 교과서에서라도 한번 씩은 들어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달님에게 빈다는 주술적의미는 물론,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절절한 마음, ‘아으 다롱디리’라는 여음구까지. 이름만 들어도 어쩐지 가슴을 죄는 백제가요인데요. 이는 ‘수제천’이란 이름의 궁중가요로 음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컴포즈에선 그 ‘수제천’을 변용한 음악이 연주된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 아니라 이번 리컴포즈는 기계 확성음을 최대한 배제하고 국악기 특유의 자연음을 그대로 살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례적으로 달오름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이유가, 그 본연의 소리를 전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귀에 바로 와닿는 국악의 향연.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전통을 너무나 사랑해서, 외려 전통을 '전통'으로만 남기는. 전통을 죽이는 이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과거가 아닌, 현재에 있는 '문화'를, 미래로 향하는 '전통'을 만날 수 있도록. 2017 국립관현악단 리컴포즈를 향유할 날을 기다려봅니다.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2017 리컴포즈_웹전단(통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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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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