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번씩 예술 다큐: '서칭 포 슈가맨' [문화 전반]

예술가가 주는 위안에 대하여
글 입력 2017.03.13 23: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한 번씩 예술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려 합니다.

'예술 다큐멘터리'는 무엇인가요?

예술을 대상으로 하는 논픽션 영화뿐만 아니라, 예술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의도를 가진 작품도 포함합니다. 전자는 음악, 무용, 연극, 영화를 창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말합니다. 본국에서는 무명 가수, 타국에서는 인기 뮤지션이 된 예술가의 삶을 다룬 '서칭 포 슈가맨', 발레를 사랑하는 남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발레 보이', 전세계 클래식 콘서트 투어를 하는 관현악단원들의 여정을 보여준 '50번의 콘서트'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후자는 예술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대상을 예술의 형식을 빌리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달하는 작품을 말합니다. 사실상, 많은 다큐멘터리는 주제와 상관없이 음악, 애니메이션, 혹은 사진 등을 통해 연출 의도를 극대화합니다. 그래서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표현은 다소 모호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예술이 얼만큼 적극적으로 작품과 감상자의 소통을 위해 개입했으며 '예술 다큐멘터리'로 소개할 수 있는 지는 제가(!)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연출자의 의도 하에 예술 -음악, 사진, 애니메이션 등 예술의 형식과 관계 없이-의 개입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판단되는 '좋은'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홀로코스트 당시의 이야기를 인터뷰와 애니메이션만을 통해 표현한 '홀로코스트의 아이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하는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연극으로 풀어내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내추럴 디스오더', 또는 아시아 여성노동운동사를 상징적인 미술과 연결시켜 풀어낸 '위로공단'이 이에 해당됩니다.





서칭 포 슈가맨


movie_image.jpg

 
<시놉시스>

미국에선 ZERO, 남아공에선 HERO?! 팝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가수, ‘슈가맨’의 놀라운 이야기! ● 본고장 미국: 음반 판매 6장,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비운의 가수! ● 반대편 남아공: 밀리언셀러 히트가수, ‘엘비스’보다 유명한 슈퍼스타! 70년대 초, 우연히 남아공으로 흘러 들어온 ‘슈가맨’의 앨범은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큰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다. 하지만 ‘슈가맨’은 단 두 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신비의 가수! 전설의 ‘슈가맨’을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두 명의 열성 팬이 진실을 밝히고자 그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서라고는 오직 그의 노래 가사뿐! 기발한 추적 끝에 ‘슈가맨’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지금부터 ‘슈가맨’의 리얼 기적이 시작됩니다!


<감상 포인트>

모든 음반 제작자들이 그의 앨범이 미국에서 대히트를 칠 것이라 장담했지만, 그의 앨범들은 모두 처참히 실패하였다. 그렇게 음악은 부업으로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벽돌 쌓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무명 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즈'. 많은 전문가와 평단에 끝없는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대중들에게 외면당해 노동으로 돈을 버는 무명 가수의 삶은 어떨까? 

 놀랍게도 그는 가본 적도 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엘비스 프리슬리'를 넘는 인기 뮤지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LP판을 사기를 원했으며, 그는 곧 타국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다. 특히, 그의 대표곡 'I wonder'에서의 'i wonder how much you had sex' 등의 가사처럼 자유로운 가치관을 담은 노래들이 크게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다. 독재와 탄압으로 얼룩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는 저항의 물결을 자극하는 예술가로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팬들이 그의 삶에 대해 알기 위해 몇 년간 노력한 후에야 그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고, 그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 아침에 타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의 무명 가수. 그는 남아프리카공아국에서 전국 일주 콘서트를 연일 매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끝없는 함성과 지지에 감동한다. 

무명 가수에서 갑작스런 인기 예술가로서의 삶. 그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놀랍게도, 그는 40년간 살았던 낡은 집에서 그대로 살았으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이 번 돈을 대부분 나눠주었다. 그리고 여태껏 해오던 벽돌 쌓는 단순 노동 일을 이어나갔다. 그는 자신의 무명 시절이 나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벽돌 쌓는 일은 재미있다'라는 말까디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앨범을 사지 않은 것이 기쁜 일은 아니지만, 그때 그의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니였다. '무명 가수' 직함을 떼내었을 때도, 그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혹은, 큰 차이가 없도록 주변 환경을 조절했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그를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자, 그가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안전 지대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인기 가수가 평생 몰랐다면, 그는 평생 불행했을까? 또는, 계속 해서 인기를 얻는 것은 그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였을까? 예술가 '식스토 로드리게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양유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