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몽상가들-"이게 우리의 방법이야"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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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렇다 우리가 서로를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을 말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생각보다 서로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고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이를 비난하고 ‘나와는 맞지 않는 인간’이라는 틀에 가두어버린다. 그렇게 대립구도가 생기고 그 갈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깊숙이 박혀 빼낼 수 없게 돼버린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구는 참 모순적인 행성이다. 저 멀리 우주에서 찍은 지구를 보면 그저 아름다울 뿐인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그렇지만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를 처음 창조한 것이 신이라면, 현재 그가 보는 우리의 모습은 멀리서 찍은 지구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조화로울까?
 
     <몽상가들>은 2003년도에 처음 개봉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작품이다. 영화에는 이사벨과 테오 그리고 매튜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겉으론 같지만 그 속은 전혀 다르다. 언어를 배우겠다는 다짐으로 처음 프랑스로 향한 미국청년 매튜는 한 영화모임에서 이사벨과 테오 남매를 만난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셋은 꽤나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 후 허름한 호텔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던 매튜가 이사벨과 테오의 집에 잠깐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인물들 간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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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테오와 이사벨의 모습

  
     테오와 이사벨, 이 둘은 ‘겉으로’ 보기에 서로 같은 몽상을 지닌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화 속 테오는 불합리한 세상을 비난하고 바꾸고 싶어 한다.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혁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쌍둥이 누나인 이사벨 또한 강한 신념과 의지를 지닌 ‘신여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녀는 테오의 ‘일부’일 뿐이다. 온갖 불합리한 것으로 가득한 ‘바깥세상’을 혼자 마주할 용기가 없기에 그저 그(테오)의 신념을 따르는 것일 뿐이다. 이 둘의 세계는 미국에서 온 청년, 매튜로 인해 잠깐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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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매튜의 모습
 
 
     미국에서 온 청년, 매튜가 보는 세상은 이 두 사람과는 다르다. 그가 보기에 세상은 제각기 다른 것들이 모여 나름대로의 ‘조화’를 이룬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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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터의 길이가 식탁보 무늬에 대각선으로 딱 들어맞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똑같은 것이다. 서로 너무 다르지만 결국 모두 ‘함께’ 살아간다. 우린 서로 그 나름대로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또한 이 세상에 속해있는 존재인 것이다. 온갖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불합리한 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다른 존재가 아니다. ‘나’인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 영화 속,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그 누구보다 변화를 원했던 테오는 이 사실을 놓치고 있다. 결국 그 또한 그러한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다.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너도 세상의 일부란걸 알아야지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정’해야 한다. 나 또한 이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다. 비난과 분노는 그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 그저 ‘나’와 ‘세상’을 분리하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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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폭동으로 시위에 참여하려는 테오에게 매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이건 미친 파시즘일 뿐이야
이건 우리의 방법이 아니야
(테오와 이사벨에게 입맞춤을 하며)
이게 우리의 방법이야
    
 
     그럼에도 결국 이 셋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테오와 이사벨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신념에 따라 불길과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매튜는 인파들의 사이를 빠져나가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누군가는 영화 속 매튜를 비겁한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난과 폭력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서로의 생각을 내보이는 일이다. 그리고 인정해야한다. 우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세상은 그런 우리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부터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인정’할 때부터 말이다.
 
 
      현재 우리는 이 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그대로 인정했으며 그 무엇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에는 여전히 갈등이 존재한다. 한 집단의 신념과 또 다른 한 집단의 신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이 보기에 결국 우리는 조화로운 존재다“라는 말이 있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가 서로 다른 색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모습을 띄는 것처럼 결국 우리도 서로 다르지만 ‘함께’함으로 아름답다. 때문에 우린 어떻게든 ‘같이’ 가야한다. 나와는 다르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린 서로 인정하고 대화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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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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