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효녀 심청이의 죽음을 다시보다. 연극 '심청'

글 입력 2017.03.1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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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파고들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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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심청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심청이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심청이의 죽음이 과연 ‘효’라는 것으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연극 심청에서의 ‘간난’은 죽음을 거부하고 살고자 한다. 극의 시대적 배경에서 ‘간난’의 강단 있는 성격은 힘없는 여성이 아닌 살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죽음을 거부하는 심청이의 행동을 보여주는 반복된 장면들이 지루하지 않았고,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 연극에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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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심청을 인당수에 빠뜨려 용왕님께 제물을 바친 선주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수십 년간 젊은 여자를 제물로 바치며 타인의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가 자기 죽음 앞에서 어떤 심정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간난’을 생각하는 그의 진심과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담담한 심정을 나타내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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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심청은 ‘죽음’에 대해 다룬 극이지만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삼 형제 캐릭터와 코러스는 극의 장면 사이에 유희적 요소를 더해주었다. 먼저, 코러스의 연주와 나레이션 연기는 생동감 있게 주인공들의 생각을 전하는 역할을 하였다. 삼 형제의 재치 있는 언행들도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연극 심청은 ‘죽음’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오는 두려움, 겁, 우울함을 잊혀지게 만든다. 오히려 ‘잘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던져줌으로써 삶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갖게 한다.

 더하여, 조용했지만 모든 순간 그의 몸짓이 여운이 남았다. 바로 이두성의 마임이었다. 그의 마임은 극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었다.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것은 글씨를 마임으로 표현한 장면이었다. ‘간난’이 처음으로 글을 배운 기쁨과 서러움을 마임으로 표현하여 극의 장면이 단조롭지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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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연극 속 깔끔한 대사들은 너무 놀라웠다. 대사의 호흡이 빠르지도 어둡지도 않았지만, 화려하지 않은 대사들 속에 모든 감정이 베여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편의 작품을 보면서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적은 처음이었다. ‘절제된 언어’라는 말을 이강백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체감할 수 있었다. 작가의 화법이 작품 속 캐릭터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묻어나 있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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