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티엘아이 아트센터 아티스트 시리즈II, <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 >

글 입력 2017.03.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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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 선우예권 포스터.jpg
 


오랜만에 선우예권을 만났다.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트에서 열린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에 간 덕분이었다. 가기 전부터 오랜만에 만나는 선우예권이라 프로그램들을 충분히 듣고 가려 노력했다. 특히나 슈베르트 D.958은 작년 말부터 꾸준히 들어오던 곡이라 선우예권이 어떻게 풀어낼 지 기대가 됐다.



 
Program

Prokofiev, Piano Sonata No.6, Op.82

Intermission

Schubert, Impromptu Op.142, No.3 in Bb Major, D.935
Schubert, Piano Sonata No. 19 in c minor, D. 958




1부는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82-6이었다. 프로코피에프는 개인적으로 즐겨 듣는 음악가가 아니라서 이번에 선우예권의 리사이틀을 앞두고 일부러 더 챙겨 들었던 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들으면서도 내심 좀 걱정이 됐다. 연주자의 스타일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프로코피에프는 혁신적인 화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묘하게 느껴지는 게 컸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기묘한 화성을 듣다 보면 음악으로서의 아름다움보다 수학적인 계산이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날이 서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고전적인 소나타의 형식을 지켜나가며 분명 서사를 이끌어가는 점이 천재적이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 취향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곡이었다.

그런 우려감 반 기대감 반으로 선우예권의 연주를 기다렸다. 작품이 내 취향이 아니라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있었던 것은, 선우예권의 연주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이 곡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선우예권은 자신만의 그 흡인력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선우예권의 파워풀한 타건과 기교가 돋보이면서도 정말 주의를 돌릴 수 없게끔 압도하는 연주였다. 공연장을 가기 전까지만해도 이 곡을 들으면서 항상 곡이 길다고 느꼈는데, 선우예권의 연주는 정말 폭풍같은 장악력으로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첫 타건 때 숨을 들이마셨다가 마지막 그 순간에 그 숨을 내뱉는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고 완전무결하게 연주된 곡이었다.

인터미션 때에도 프로코피에프의 여운에 젖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정말 기대 이상의 연주였다. 그 실황을 그대로 음반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교와 감정 그 어느 것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 충분히 보여주면서 주제의 그 매력적인 리듬감을 살려 멋지게 주제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래서 2부의 슈베르트도 굉장히 기대가 됐다. 그가 이해한 슈베르트는 어떨지 말이다.



2부는 슈베르트 즉흥곡과 소나타 19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슈베르트의 매력을 한껏 보여줄 수 있는 선곡이라고 생각한다. 슈베르트의 서정성과 고뇌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번 2부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은, 서정적이거나 처절하게 고뇌하는 그 감정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폭발하듯 분출되어 쏟아져 나오는 것보다는 담백하게, 갈무리된 것 같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그러한 감정의 전달이었다.

선우예권의 슈베르트는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도 조금 더 드러내는 연주였다. 즉흥곡에서도, 소나타에서도 그의 정체성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났다. 내심 선우예권이 루푸처럼 연주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슈베르트를 그려냈다. 깊은 페달링과 힘있는 타건으로 객석을 가득 채운 슈베르트 연주였다. 내가 생각하는 슈베르트와 다른 연주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우예권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즉흥곡에서, 그리고 소나타의 경우 특히 3악장에서 두드러졌다.

개인적으로 선우예권의 연주가 갖는 특징은 크게 세 가지라고 본다. 객석을 장악하는 흡인력, 어떤 곡이든 끌고 나갈 수 있는 힘 그리고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그만의 스타일. 리사이틀 전부터 선우예권의 슈베르트가 궁금하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풀어나갈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특히나 1부 프로코피에프를 듣고 나니 더더욱 그랬다. 선우예권의 연주가 감정이 과해서 슈베르트 같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선우예권이 이해한 슈베르트는 이렇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는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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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한 곡을 연주하고 무대를 마무리 지은 선우예권은 사인회 시간을 가졌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인사하는 선우예권의 모습은 무대에서 보는 모습과 또 달랐다. 방금 전까지 객석을 장악하고 자유자재로 휘잡았던 그 사람이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풋풋한 모습이었다.

5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때 올해에도 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이번에도 역시 무대에 오르는 모양이다. 정확한 일정은 당장에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었지만 이번 SSF에서도 볼 수 있다니 그것으로 충분히 좋다. 그리고 올 4월 교향악 축제 때 원주시향과 4월 14일에 공연을 한다는 것도 들었다. 선우예권이 원주시향과 함께 할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4월 14일 저녁 시간을 비울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EXPRESSIVE
한 단어로 집약할 수 있는, 선우예권이 가진 가장 큰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리사이틀이었다. 더군다나 티엘아이 아트센터는 정말 리사이틀에 최적화된 공연장이었다. 덕분에 선우예권의 연주를 더욱 더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따뜻한 봄날, 예당에서 선우예권의 라흐마니노프를 들을 그 순간이 벌써 기다려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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