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강백의 '심청'

글 입력 2017.03.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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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강백의 '심청'>
 
 
심청2017_포스터_1인.jpg 


제목은 <심청>. 흔히 알고 있는 심청이 이야기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심청이가 등장하는 연극은 아니다.) 이야기는 밥 먹기를 거부하는 '간난'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간난은 겉보리 스무 가마에 제물로 팔려온 처녀다. 그녀는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을 수 없다고, 빠져 죽느니 굶어 죽겠다고 버틴다. 그런 그녀를 사온 선주는 지극정성을 다해 간난을 돌본다. 한 평생 살아있는 제물을, 수많은 심청을 용왕께 바쳐온 선주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간난이 가엾어진다. 그리고 결국 그녀를 도망시킬 궁리를 하게된다.
 
 
심청2.jpg
  
 
<심청전>의 주제는 '효孝'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 조명하는 것은 '효'가 아닌 '죽음'이다.

이강백의 <심청>은 제물로 팔려온 간난의 삶을 매개로 죽음을 마주한 순간 우리의 모습이 어떠할지, 어떠해야 할지…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극중 인물 간난과 선주를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완성’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간난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이 살아온 기억과 그 동안의 관계들, 현재의 처지 등을 살피면서 오롯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글을 배워 자기의 이름을 처음으로 써보고, 미워했던 아버지를 용서하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또한, 선주는 숱한 심청들을 물속에 밀어 넣으며 삶을 지탱해 왔던 자신의 지난날을 반추하며, 마지막 심청 간난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려 애쓴다. 간난과 선주 이 둘은 죽음을 앞에 두고 그렇게 자기 존엄성을 회복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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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집중한 연극이었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던건 연출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여백과 침묵이 언어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강백 작품의 고유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여백을 극단 특유의 연극성으로 가득 채워 관객들의 상상력을 풍성하게 자극한다. 리드미컬한 음악과 예상 밖의 소리들, 등장인물들의 정서를 엿보게 하는 마임 등… 죽음과는 거리가 있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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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마임이었다. 처음엔 극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마임이 좀 낯설었는데, 몸짓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봤던 것 같다. 극과 충분히 잘 어우러지는 마임이었다.
 
또, 기타 선율과 북소리, 코러스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며 극을 활발히 이끌었다. 주인공 간난 역을 맡은 정새별 배우와 북과 코러스를 맡았던 김솔지 배우는 연극 <겨울이야기>에서 본 적이 있는 배우들이라 더 반갑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특히 정새별 배우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연기가 정말 좋았다. 너무 슬플만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연극이었다.
심청7.jpg
 

*공연개요*
 
ㅇ 공연기간 : 2017. 3. 3(금)~ 3. 19(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3시 (월 쉼)
ㅇ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ㅇ 러닝타임 : 110분
ㅇ 제작 : 극단 떼아뜨르 봄날
ㅇ 기획 : 두산아트센터, K아트플래닛
ㅇ 후원 : 두산아트센터
ㅇ 관람연령 : 만13세 이상
ㅇ 티    켓 : 전석 30,000원
(중고등학생 50%, 만24세 미만 청년 30%)
ㅇ 예매 : 인터파크티켓1544-1555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
ㅇ 문의 : 02-742-7563
 k_artpla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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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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