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은 되돌아보게 만드는 극

글 입력 2017.03.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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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청
이강백 작가의 절제되고 함축적인 언어와
극단 떼아뜨르봄날, 이수인 연출의 유려하고 경쾌한 리듬이 만났다.
매혹적인 기타선율과 북소리, 아름다운 마임이 함께하는 연극!!


심청2017_포스터_2인.jpg

 
2017 4회 서울연극인대상 3개 부문 수상!!!
연기상 선주역 송흥진 배우
스태프상 움직임지도 이두성, 음악감독 박소연



기획의도 & 작품설명

MEMENTO MORI!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파고들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이 보인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반드시 죽어 없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엄연하고 불가피한 진실을 애써 잊고 외면하거나, 까마득한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한다. 그러다 문득 삶의 종말이, 죽음이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에야 놀라 어쩔 줄 몰라 허둥댄다.
얼마 전 ‘내게 남은 48시간’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돼 인기를 끌 정도로 ‘죽음을 준비하는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죽음이 삶과 하나임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만큼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함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강백의 <심청>은 제물로 팔려온 간난의 삶을 매개로 죽음을 마주한 순간 우리의 모습이 어떠할지, 어떠해야 할지…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극중 인물 간난과 선주를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완성’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심청7.jpg


떼아뜨르봄날 식 경쾌한 리듬과 움직임, 관객을 유혹하는 낯선 사운드

<심청>은 그러나, 죽음을 다루면서도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여백과 침묵이 언어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강백 작품의 고유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여백을 극단 특유의 연극성으로 가득 채워 관객들의 상상력을 풍성하게 자극한다. 리드미컬한 음악과 예상 밖의 소리들, 등장인물들의 정서를 엿보게 하는 마임 등… 죽음과는 거리가 있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심청2.jpg


 죽음 앞에서도 자기존엄성을 잃지 않는 두 인물, 간난과 선주

<심청>의 주인공 간난과 선주, 둘은 누구나처럼 준비도 없이 죽음과 맞닥뜨려 두려워 떨며 저항한다. 겉보리 스무 가마에 팔려와 제물이 될 운명에 처한 간난은 억울한 죽음에 식음을 전폐하고, 선주는 곧 닥칠 죽음을 애써 무시하며 어린 간난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고뇌한다. 간난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이 살아온 기억과 그 동안의 관계들, 현재의 처지 등을 살피면서 오롯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선주는 숱한 심청들을 물속에 밀어 넣으며 삶을 지탱해 왔던 자신의 지난날을 반추하며, 마지막 심청 간난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려 애쓴다. 둘은 서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깨닫는다.


심청전을 다시 보다 
-만경창파 앞에 선 심청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심청이를 인당수에 빠뜨렸던 선주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는 현대에 와서도 많은 문학작품으로 재창작되었다. 최인훈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 희곡과 공연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강백의 <심청>은 효를 주제로 하는 이 작품을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실피고 있다.
어린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만경창파 앞에 섰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공양미 삼백 석에 심청을 사서 인당수에 밀어넣었던 선주라는 인물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지? 작가는 심청이 아닌 ‘심청전’을 널리 퍼뜨려 숱한 제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 선주를 무대로 소환한다. 그리고 마지막 심청 ‘간난’의 의연한 죽음을 묵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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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줄거리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온 선주는 해마다 어린 처녀들을 제물로 바쳐왔다. 어느덧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나이가 된 선주. 마지막 제물이 될 간난을 겉보리 스무 가마에 사왔지만 그녀는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지극정성 간난을 보좌하지만 소용없는 일. 설상가상, 세 아들은 간난을 설득하는 자식에게 선주자리를 맡기라 한다. 간난이 가엾어진 선주는 결국, 그녀를 도망시킬 궁리를 하는데…

후기

심청은 뮤지컬과 연극을 섞어 놓은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명의 뮤지션들이 무대 위에서 배우와 관객, 모두와 소통하며 공연을 한다. 신기할 정도로 사람의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는 극단이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대사에 맞춰 세세한 표현까지 놓치지 않고 연주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심청의 뮤지션들은 극의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끌고 갈 줄 아는 진정한 뮤지션들이다. 
극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지루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심오하고 신비로웠다. 특히 마임이 간난의 존재를 한 층 더 부각시켰던 부분이 아주 인상깊었다.
극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하루아침에 가난한 서민에서 공주가 된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 한 이야기다. 공주 옷을 입고 걷는 간난의 얼굴에는 슬픔만 가득하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걸으니 웃음이 나지 않는다. 모든 이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기쁨보다 슬픔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죽음’이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인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더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눈물도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허무하고 허탈하고 나의 존재가 무의미 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앞으로도 수년간 모를 것이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 소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은, 2006년 창단 이래 간결하고 절제된 양식미, 시적-음악적 화법, 통렬한 블랙유머를 동반한 강렬하고 감각적인 페이소스를 일관되게 추구해 왔습니다. 또한 독창적인 연극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공연과 음악, 고전과 대중문화 등 다양한 장르와 스펙트럼을 융합해 창조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떼아뜨르 봄날의 존재 이유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무대를 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와 실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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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 공연기간 : 2017. 3. 3(금)~ 3. 19(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3시 (월 쉼) 
ㅇ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ㅇ 러닝타임 : 110분
ㅇ 제작 : 극단 떼아뜨르 봄날
ㅇ 기획 : 두산아트센터, K아트플래닛
ㅇ 후원 : 두산아트센터
ㅇ 관람연령 : 만13세 이상
ㅇ 티    켓 : 전석 30,000원
(중고등학생 50%, 만24세 미만 청년 30%)
ㅇ 예매 : 인터파크티켓1544-1555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
ㅇ 문의 : 02-742-7563
 k_artplanet@naver.com 


[이경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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