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월플라워 >,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시각예술]

영화 속 찰리처럼, 그리고 필자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바친다.
글 입력 2017.03.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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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얼마나 스스로를 알고 사랑하는가. 이미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면 공감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당신의 속은 늘 상처로 가득할 것이다. 다행히도 사랑받는 환경 속에 있다면 외부로부터 날선 시선을 받아야할 일은 없겠지만 사실 그 따끔한 상처의 대부분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일상에서 생각보다 큰 불편함을 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될 때는 아마도 누군가와, 혹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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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플라워>의 주인공 찰리는 어릴적 좋지못한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친구들이 저를 보며 비웃고 놀려도 쭈뼛거리며 쳐다볼 뿐, 찰리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찰리가 가장 바라는 건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찰리는 여유가 있을 때면 늘 이름없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Dear, friend...'

  고등학교 첫 수업시간 선생님이 내는 이런 저런 퀴즈의 답들을 찰리는 모두 알고 있지만 공책에 끄적이기만 할 뿐, 다른 친구들처럼 크게 외치지 못한다. 공책에 쓰여진 답을 우연히 보았던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찰리에게 말한다. "참여할 줄도 알아야지." 이렇게 모든 것을 속으로 삼키던 찰리는 얼떨결에 졸업반 3학년들과 어울리게 된다. 편견없이 자신을 대해주는 그들과 찰리는 점점 더 깊은 우정을 쌓게 되고 찰리는 처음으로, 소속감이라는 감정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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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한없이 자유로워보이는 샘이 자꾸만 찰리의 눈에 밟힌다. 사실 첫만남부터 찰리의 눈 속에는 온통 그녀뿐이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르는 새 찰리는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 건 바람둥이 크레이그. 자신의 마음을 떠나 그녀가 그런 연애를 하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었던 찰리는 답답한 마음에 선생님께 여쭌다. "선생님, 왜 좋은 사람들은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걸까요?" 어쩌면 찰리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왜일까, 왜 우리는 나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까. 내가 나를 아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해본다. 나를 함부로 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남을 함부로 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나를 함부로 하는 이를 쉽게 내치지 못한다. 때로는 이를 사랑이라 착각하고 상처를 줄까 두려워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다. 찰리는 동경하듯 사랑하는 그녀 옆에 자신을 상상할 수 조차 없이, 그녀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가 내비친 진심은 이미 샘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지만 찰리는 결국 그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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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그를 괴롭혀오던 과거의 환영을 보지 않게 된다. 새로운 일들을 함께 해내며 그는 점점 더 성장해간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마지막 수업시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방학동안 책을 더 읽을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다. 찰리는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이제 그에게 타인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 그는 진실된 사랑을 속이지 않기 위해 거짓말하지 않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주먹을 뻗었고,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했다. 더 이상 이름없는 친구에게 답장없는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에게는 그의 이야기을 들어줄 친구가 있고, 비록 연인이 아닐지라도 사랑하는 그녀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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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앞에 자꾸만 아른거리던 고통받는 사람들의 환영은 결국 비관적 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크기에 맞는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신은 충분히 가치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당신이 느끼는 그대로를 품기를, 깎고 깎아내어 작아지지 않기를, 비좁게 구겨져있던 것을 펼치면 당신은 누구보다 가장 큰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내가 비참하지 않다는 걸 알게되는 순간,
나는 살아있는거야." 





[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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