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모두의 이야기, 연애담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10 00: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연애담 >


연애담6.jpg


영화 속 연애는 항상 달콤하고 극적이고 내가 꿈꾸는 로맨스. ‘우리’의 연애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하지만 영화 속 지수와 윤주의 사랑은 마치 아는 사람 이야기를 친구가 얘기해주는 것 같다. 
가만, 듣고 보니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사랑의 법칙. 시선으로부터 시작
 
 모든 로맨스가 그렇듯, 나와 너, 우리의 연애가 그렇듯 사랑의 시작은 ‘시선’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로맨스와 흔한 우리들의 연애의 한 가지 공통점을 말하라면 필자는 ‘눈길 한번으로 시작된다’를 말할 것이다. 인간은 시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사람.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사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연‘의 시작은 이런 것 아닐까.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속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 둘은 횡단보도를 건너며 자연스럽고 또 강렬하게 서로를 쳐다봤다. 윤주와 지수의 연애 역시 시선이 머무르며 시작되었다. 동네 고물상에서 작품 전시 준비를 위한 재료를 구하던 윤주는 책을 팔러온 지수에게 한참동안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누군가의 만남은 항상 이렇게 시작하는 듯하다. 우리들의 연애는 모두 이렇게 시선에서 시작된다.


가따블1.jpg영화[가장 따뜻한 색, 블루] 중 횡단보도에서 처음 마주치는 장면
 
연애담1.jpg함께 누워있는 지수와 윤주


사랑의 방식 차이

 나는 관심인데 상대방은 간섭이라 생각하고, 미래를 꿈꾸는 나와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자는 상대방. 사랑의 방식은 모든 사람마다 각기각색의 모양대로 흘러간다. 윤주는 술집에서 밤늦게 일하고 오는 지수에게 다른 일을 하면 안 되냐고 묻지만 오히려 지수는 기분 나빠하며 간섭이라 생각한다. 작품 전시 준비 과정 중 혹평을 받은 윤주는 지수에게 살림이나 할까라고 묻지만 지수는 무심히 ‘무슨 일 있어?’라고만 묻는다. 관심의 정도 차이는 개인의 사랑 방식 중 하나이지만 이런 차이는 결국 관계 속 갑을이 누구인지 만들어내는 시작이 아닐까. 그리고 항상 고통받는 건 을이라고 생각된다.

 < 책 고마워요, 소울메이트(조진국) >에 나오는 이 글을 보자. ‘연애라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감정을 아꼈던 승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은 승자와 약자로 나뉘는 게임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떠나는 사람과 후회하며 남겨진 사람으로 나뉘는 게임이라는 것을. 그래서 사랑에선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유리하다.’ 영화 후반부 지수는 다시 윤주를 찾아가지만 윤주는 예전처럼 지수를 보지 않는다. 연애 때와는 사뭇 다르게 윤주의 승리로 보인다. 만약 영화의 엔딩 이후 지수와 윤주가 다시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랑의 방식이 달라졌을까 아니면 다시 같은 모습일까.


연애담4.jpg▲ 윤주를 끌어안고 있는 지수


피할 수 없는 거짓말

 연애담, 동성연인의 모습을 담은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특히 지수가 본가 인천으로 간 이후의 모습이다. 아버지에게 철저하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지수의 모습에 많은 성소수자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아는 언니’로 윤주를 소개하고, 아버지에게 연애를 한번도 안해봤다는 거짓말을 하고 원치 않는 선을 보는 것. 지수는 선을 통해 만난 남자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살면서 한 가장 나쁜 일이 무엇인지. 지수는 자신이 한 가장 나쁜 일을 거짓말이라고 대답한다. 거짓말. 가족에게, 친구에게 자신을 지우고 또 지우는 일. 윤주가 룸메이트에게 커밍아웃을 한 후 사이가 멀어지듯 현실에서도 사실을 말하는 순간 차갑게 잃어버릴까 두려움 때문에 여전히 많은 성소수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연애담2.jpg▲ '잘 보이고 싶어서'라며 군고구마를 내미는 윤주
 
 
 사랑은 어떤 사람도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영화 속 윤주는 친구 커플에게 어떻게 만나게 됐냐고 물어보는데 남자친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만나야 되니까 만나지 않았겠습니까?’ 모두의 사랑은 운명같이 시작한다. 어떻게 만나게 됐냐는 대답에 구체적인 이유를 대답할 수 있을까. 또 사랑만큼 나 자신을 잃게 만들 수 있는 게 있을까. 사랑을 시작한 이후 모든 1순위가 지수가 된 윤주의 모습, 군고구마를 자신에게 주는 애인을 사랑스럽게 보는 지수의 모습을 보며 연애할 때의 우리 스스로를 떠올리게 된다. 어느새 영화 ‘연애담’은 윤주와 지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있다.


[김정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