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위대한 기록] 소소한 창작의 시작

글 입력 2017.03.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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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창작의 시작
안녕, 독립출판



‘출판’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로 느껴지곤 한다. 글을 쓰는 것도 위대한 일이지만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고 또 이익을 내려면 수지타산도 맞아야 하니 그야말로 책 한권이 가게 하나가 문을 여는 그런 느낌이다. 책 한 권에 이렇게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에 책을 읽는 사람들은 줄어가니 출판업계는 당연히 점점 기울어져만 갔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 혜성처럼 등장한 출판물이 있었으니 바로 ‘독립출판물’이었다.

‘독립출판물’은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평범한 사람들도 각자의 글 솜씨로 책을 한 권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책을 ‘한 권’만 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책의 형태가 어떻든 내용이 어떻든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홍보 역시 돈을 들여 마케팅을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작가가 직접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이용하다 보니 이런 매력에 창작자도 독자도 빠져들어 ‘독립출판물’은 현재 연간 400~600종정도가 출판되어지고 있다.



▶‘독립’이란?


‘독립출판물’에서 말하는 ‘독립’은 흔히 ‘인디 밴드’할 때 ‘Independence’의 앞 글자에서 온 ‘인디’의 의미이다. 무엇을 독립 한다는 걸까? 보통은 자본시장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독립출판물’을 하나의 공통된 사전적 의미로 정의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대형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 이외의 모든 책들을 ‘독립출판’이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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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출판 서점 Kramers bookstore ⓒ https://www.mhpbooks.com/


우리나라의 독립출판은 출판물을 내고 싶었지만 이익을 낼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한 사람들이 시작한 ‘자가 출판’이 아마도 독립출판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독립출판물은 6~7년 정도 되었지만 최근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독립출판서점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출판이 아직까지는 걸음마를 떼고 있는 단계인 듯 보인다. 또한 독립출판서점으로 유통되지 않는 책들도 존재하는데 이런 독립출판물들은 집계가 불가능해서 우리나라의 정확한 독립출판의 규모를 측정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발견’의 매력


하나의 의미로 정의될 수 없는 때문에 통계를 내기는 힘들지만 이것이 바로 정형화된 대형 서점에 지루함을 느끼던 독자를 이끄는 ‘비공식’의 힘인 것 같다. 베스트셀러나 또는 정해진 주제와 분류에 따라 꽂혀진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제의 책들을 발견할 때는 정말 묘하다. 기쁘기도 하지만 ‘어머! 이런 생각, 나도 해봤는데 이게 책으로 나온다니?’하는 기분이다. 또한 주제와 형태가 너무나 다양하다 보니 ‘어떤 책을 사야지’라고 정하고 서점에 갈 수 없다. 독립출판서점에 들어가서 어떤 책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개성 넘치는 책들을 마주할 때면 마치 유물을 발견한 듯 한 기분으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진다.

독립출판물은 다양하기도 하지만 소규모로 출판되기 때문에 그 날 서점에서 본 책을 그 다음날에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꼭 내가 서점에 들를 때마다 하나씩 책을 손에 쥐고 나올 수밖에 없다. 독립출판물은 ‘한정판’이기에 독자로 하여금 소장 가치와 욕구를 느끼게 해준다.

창작자로서 독립출판은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다. 내가 작가인 동시에 콘텐츠 기획자, 편집자, 발행인까지 1인 다 역을 해내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기사에서는 독립출판으로 책을 낸 작가가 자신은 매번 글만 쓰면 되는 역할이었는데 독립출판을 통해 여러 역할을 수행하면서 책에 대한 애착도 커지고 그동안 책을 출판해주셨던 분들의 노고를 깨달았다고 했다. 독자 역시 독립출판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 덕분에 자신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진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고 또 독립출판서점이 문화 공간으로도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출판은 책을 쓰고 읽는 것의 의미에서 더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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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헬로인디북스 공연 / 아래 책방 연희 북토크 ⓒ 헬로인디북스 페이스북


점점 사회가 다원화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소장한 모든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때문에 독립출판은 ‘출판계의 이단아’가 아니라 이런 사회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등장한 ‘출판계의 인디’일 것 이다. 거대 자본에 의한 획일화 된 독서가 아니라 이제는 독자도 한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강렬히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창의적이며 실험적인 그리고 상업성을 띄지 않는 독립출판이 어쩌면 저물어 가는 출판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존재가 될지 기대를 해본다.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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